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2-20 18:27:55
“윤석열 대통령 석방하라”, “이재명은 좋은 사람”, “조민(조국 딸) 못 지켜 미안”. 차기 부산시교육감을 자처하고 나선 예비 후보들이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노골적인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 각 진영의 대표 주자 이미지를 굳혀 지지세를 확보하고 단일화 국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념을 배제하고 정치권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던 과거 교육감 선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여기엔 탄핵 정국의 양극화된 진영 논리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중도보수 진영 예비 후보인 정승윤 부산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친윤’(친윤석열)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내며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를 거쳐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그는 최근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 TV’ 등에 출연,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탄핵 기각 필요성을 설명했다. 유튜브 방송 제목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가능성은? 탄핵 기각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정 교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 결론을 내면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냐”며 “그렇게 되면 (헌재는) 먼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중도보수 진영의 박종필 전 부산교총 회장도 보수 성향의 세이브코리아 주최 행사를 방문, ‘진짜 보수’를 강조하며 인지도 제고에 힘쓰고 있다. 세이브코리아 주최 행사에서 ‘이재명 저격수’이기도 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박 전 회장을 언급하며 “몰표를 달라”고 언급하는 일도 있었다.
중도진보 진영 예비 후보인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 “이 대표와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내가 이 대표를 참 좋아한다”며 “(이 대표가) 참 사람이 선하고 좋다고 생각했다”며 이 대표를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신으로 반드시 교육 혁신을 이뤄내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차 전 총장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 조민 씨에 대한 미안함을 언급하며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다른 중도보수·진보 진영의 예비 후보들은 정치색을 한층 덜어내면서 경쟁에 임하고 있다. 정치인이자 재선 교육감 출신의 김석준(중도진보) 전 부산시교육감은 부산 교육계 곳곳에서 지지 선언을 끌어내고 있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 성과들을 재조명하고 차기 정책을 구상하는 등 교육 전문가 이미지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중도보수 진영의 전영근 전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은 교육정책 전문가를 내세우며 AI기반 부산 교육 대전환 등 연일 교육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친윤과 친명, 노무현 정신을 부각하는 이들의 배경에는 진영화된 여야가 자리 잡고 있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 속에서 양측 진영은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결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골적인 정치색 표명은 여야 대립 속 보수와 진보 지지층의 대표 선수로 낙점받아 개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진영별로 단단히 결집한 유권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만한 건 ‘우리 쪽 사람’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예비 후보들이 직간접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는 이유”라면서 “교육감 선거인 만큼 과도한 이념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