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2025-02-21 18:11:27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감하고 기지를 발휘해 피해를 예방한 부산의 한 은행 지점장이 경찰 표창을 받았다.
21일 부산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설 연휴 전날인 지난달 24일 오전 11시께 70대 남성 A 씨가 3000만 원 정기예금 해지를 위해 북부산 새마을금고 남산정지점을 찾았다. A 씨는 명절에 자녀들에게 나눠주기 위함이라며 예금 3000만 원을 수표로 찾아갔다.
A 씨는 30분 뒤인 오전 11시 30분께 은행에 다시 방문해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려 했다. 은행 지점장이 A 씨에게 현금으로 교환하려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자녀에게 명절에 현금으로 증여해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지점장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A 씨는 “집으로 간다”고 답했다.
그러나 A 씨는 집으로 간다는 말과 달리 은행을 나서자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구서역으로 가면 되냐”고 재차 물었다. 이를 수상하게 지점장은 A 씨를 붙들어 신분증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다시 은행으로 데려왔으며,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A 씨에게 핸드폰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A 씨가 이를 거절하며 30분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던 중 A 씨에게 서울 지역번호인 02로 시작하는 번호의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노인에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경찰의 말을 들은 보이스피싱 일당이 황급히 전화를 끊는 것을 본 A 씨는 보이스피싱에 당했음을 깨닫고 경찰에 협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딸이 사고를 쳐 경찰서에 있으며, 합의금이 필요하니 현금으로 찾아오라. 타인에게 발설하면 딸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보이스피싱범의 말에 속아 현금을 건네려 했다. 딸이 전화를 받지 않자 A 씨는 이를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경찰은 은행과 협의해 A 씨가 해지한 예금 3000만 원을 복원 조치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한 서은주 지점장에게 감사장을 건네기도 했다.
A 씨의 딸은 “명절에 모든 가족이 힘들 뻔했는데 다행”이라며 경찰과 은행에 고마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