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05-16 07:00:00
“가뜩이나 팍팍한 데 야구장마저 저리 돼버리면 이 동네는 어쩌라는 겁니까”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관중 사망사고가 발생해 경기가 중단된 창원NC파크 바로 옆 ‘마산 야구의거리’.
50일 가까운 경기 중단으로 휑한 거리에서 만난 30대 주점 사장은 울분부터 쏟아냈다. 올해 가게 문을 열었다는 그는 “하루아침에 관중이 없어질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내 스스로 사지를 기어들어 온 느낌”이라며 한숨을 뱉었다.
13일 오후 9시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마산 야구의거리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평소 야구 팬들로 왁자지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야구의거리 400m 골목 양옆으로 음식점·술집·노래방 등 150여 개 점포가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여전히 밤거리를 밝히고 있지만 인적은 찾기 힘들다. 마산봉암공단 내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50대 회사원은 “가끔 회식차 거리를 찾는 데 요즘 유독 조용하긴 하다”며 “저희야 한적해서 대화하기 좋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속 터질 일이다. 벌써 업주 표정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마산 야구의거리는 프로야구 NC다이노스의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 후 관중들이 쏟아져 나와 회포를 풀었다. 과거 롯데 자이언츠가 마산야구장을 제2구장으로 사용하던 때부터 이 골목은 야구팬들의 명소였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NC파크 외부 마감재인 ‘루버’가 추락해 관중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돌연 야구장이 문을 닫았다.
경기가 중단되자 NC팬의 발길도 반토막이 났다. 야구 시즌 수익으로 1년을 살아가는 이곳 상인들은 폐장 이후 매출이 60~70% 정도 줄어 고사 위기라고 읍소했다.
이미 거리 곳곳에 영업을 중단한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10년째 치킨을 팔고 있는 50대 사장은 “한 달 넘게 손님이 뜸하다. 인건비·전기료 등 운영비 부담으로 평일에 아예 문을 닫는 곳도 생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여파로 야구장 인근 경기는 폭삭 쪼그라들었다. 지역 사회가 하나 같이 NC의 마산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시설 점검 등 남아 있는 절차에 재개장은 아직 안갯속이다.
앞서 사고 직후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 NC는 합동대책반을 꾸리고 국토교통부 권고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시설점검에 착수했다. 추락한 루버와 유사한 구조물 309개를 모두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진행한 긴급안전점검은 B 등급을 받았다. B 등급은 시설 사용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대책반은 오는 18일부터 NC파크를 정상 가동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야구장이 시설을 가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되더라도 곧바로 NC가 마산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NC는 시즌 중 홈구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서둘러 울산의 문수야구장을 대체 구장으로 잡은 상황이다. KBO도 공식 일정상 6월 초까지는 울산에서 경기를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NC는 섣불리 창원 복귀를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야구장 정비 완료가 아닌 실제 사용 여부가 확정돼야 일정 관련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NC의 주장이다. 어설프게 창원 복귀를 발표했다가 자칫 추가 점검이나 보완 요청이 나오면 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 NC의 입장과 달리 상권 붕괴로 하루가 급한 창원에서는 시의회가 나서 여야 가릴 것 없이 NC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시의원들은 “환호가 사라지고 거리의 활기가 줄어든 지금, 우리는 야구가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였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며 “이곳이 NC의 고향”이라고 호소했다.
마산미래발전위원회, 경남소상공인연합회 등 14개 시민단체도 “13년간 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NC가 홈구장을 떠나 잠시 울산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재개장만 기다려 온 시민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복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