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 무게 자각해야” 거제 전 시민 20만 원 무산 후폭풍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 부결
다수당 국민의힘·무소속 반대
민주당 “민생 고민 없다” 반발
거제경실련 “시장 또한 책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2025-05-24 09:16:23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 심사 하루 전인 22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동료 의원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쟁보다 민생이 우선이다.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생을 외면해선 안 됩니다”며 민생회복지원금 조례 제정 동참을 호소했다.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 심사 하루 전인 22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동료 의원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쟁보다 민생이 우선이다.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생을 외면해선 안 됩니다”며 민생회복지원금 조례 제정 동참을 호소했다.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는 이번 결정이 남긴 책임의 무게를 깊이 자각해야 합니다.”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이 지난 4·2 재선거 때 공언한 전 시민 2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될 위기(부산닷컴 5월 23일 보도)에 처하면서 관련 조례안 부결을 주도한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의원 일동은 23일 임시회 폐회 직후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계산만 있을 뿐, 민생에 대한 그 어떠한 고민도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임시회는 거제시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처리를 위해 소집 요구한 회기였다.

하지만 시의회는 조례안을 본회의 의안으로 상정하지 않은 채 폐회했다.

오전 열린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소관 상임위인 경제관광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4명, 국민의힘 1명, 무소속 1명 구성이다.

심사 과정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날선 공방이 오갔고, 합의가 불발되자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1표. 의사 규정에 따라 찬성과 반대·기권이 동수일 땐 부결 처리된다.

회의 직후 경제관광위는 지원금 조례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다는 심사결과 보고서를 의장에게 보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부의요구서’를 접수했다.

지방자치법 제81조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상임위에서 부결된 의안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다만 ‘의사일정 변경’ 동의가 필요하다.

신금자 의장은 변경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찬성 7명, 반대 6명, 기권 3명. 과반을 얻지 못한 변경안은 결국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한 반면, 국민의힘 신금자 김선민 김영규 윤부원 김동수 조대용 의원은 반대했다. 정명희 김두호 양태석 의원은 기권했다.

23일 열린 거제시의회 제25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이날 임시회는 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심의 의결을 위해 소집됐지만 의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된데 이어 본회의에서도 의사일정 변경안이 부결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부산일보DB 23일 열린 거제시의회 제25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이날 임시회는 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 심의 의결을 위해 소집됐지만 의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된데 이어 본회의에서도 의사일정 변경안이 부결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부산일보DB

민주당 의원들은 “경기 침체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2만 6000여 소상공인들은 민생회복지원금을 목이 빠지라 기다렸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일부의 목소리라고 평가절하한다”며 “내 삶이 곤궁하고 어렵지 않다고 해서 내 이웃이 어렵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 재선거 때 국민의힘 박환기 후보가 제시한 소상공인 100만 원 지원 공약을 곱씹으며 “박 후보 공약에 260억 원 예산이 필요하다. 260억 원은 정당한 지출이고, 민생회복지원금 470억 원은 포퓰리즘인가? 내로남불식 주장에 기가 막힐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을 선택한 국민의힘 결정에 대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 민과 연대해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급될 때까지 투쟁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자신들이 지지했던 자당 시장 후보 주요 공약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부결시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자가당착적이며, 시민을 향한 책임 있는 정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은 누가 제안했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시민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시의회는 이번 결정이 남긴 책임의 무게를 깊이 자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거제시의회를 찾아 대화를 나누고 설득해야 한다. 정책효과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며 “정치 파행으로 지원금이 표류하면 시장 또한 책임을 비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례안 통과가 어렵다면 거제경실련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한 ‘(가칭)거제시민 민생지원 대책위원회’ 구성을 거제시민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3일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회복지원금은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조례안이 6월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일보DB 변광용 거제시장은 23일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회복지원금은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조례안이 6월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일보DB

한편, 민생회복지원금은 변광용 시장의 지난 4·2 재선거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거제시민 모두에게 인당 20만 원을 지급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게 핵심이다.

지급 대상은 23만여 명,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지원금은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거제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한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으로 현재 585억 원가량 남았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거제시는 이달 중 조례 제정을 마무리하고 7월 추경에 사업비를 편성해 여름 휴가철 전에 지급하기로 했지만, 조례안 부결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본회의 폐회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한 변광용 시장은 “매우 안타까운 결정”이라며 재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변 시장은 “시민께 송구한 마음이다. 어려움과 난관이 있겠지만 이를 변명삼지 않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 6월 정례회에서는 조례안이 꼭 통과되도록 노력하고 안되면 7월, 8월 계속해서 의회 문을 두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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