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2025-05-25 18:48:57
부산 지역 대학 총장들이 새 정부에 수도권 중심의 획일적 지원에서 벗어나 대학별 특성을 살린 전략적 투자를 통해 지역의 청년 유출과 소멸을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재정을 뒷받침하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줄 세우기 대신 역할 분담 필요
부산대학교 최재원 총장은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 구조에서 벗어나, 각 대학이 고유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꽃이 제철에 가장 아름답듯, 대학도 각자 잘하는 역할을 할 때 가장 의미 있다”며 “새 정부는 대학 서열화 문제를 풀고 대학들이 고유한 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서열 중심의 사회 구조가 대학을 ‘형식적인 스펙 쌓기’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투자와 관심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 거점 국립대학의 역할 재정립을 제안하며, 권역별 특화산업 육성과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기초연구 중심 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간 기능을 기초연구, 산학 연계, 실무 특화 교육 등으로 분담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 총장은 “대학과 고등교육 혁신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과 혁신적 도약을 좌우하는 과제인 만큼, 새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산업 연계로 특성화해야
국립부경대학교 배상훈 총장은 각 대학의 특성화 분야와 지역 전략 산업을 연계해 고등교육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실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총장은 “대학 지원이 주로 10개 거점 국립대에 집중돼 있지만, 실제로는 18개 국가 중심 국공립대학이 각 지역의 특성화 산업과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대학별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지원 체계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총장은 “지역 산업의 첨단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석박사급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대학원 중심의 고급 인재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고등교육을 넘어 지역과 국가의 전략 산업을 이끄는 거점이 돼야 한다”며 “새 정부가 해양수산 첨단산업을 국가 미래 전략으로 채택하고, 교육과 지역균형발전을 아우르는 정책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일자리가 지역 생존의 핵심
동의과학대학교 김영도 총장은 지역을 살릴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직업교육과 산업 기반 재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 소멸과 청년 유출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선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반도체·바이오헬스·이차전지·미래 모빌리티·피지컬 AI 같은 신산업의 생산기지를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중장년층을 위한 평생직업교육 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 변화에 대응하려면 전 세대가 함께 역량을 키워야 하며, 이는 고용 안정과 지역 공동체 유지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새 정부는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직업교육과 산업 기반 재구축에 전략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