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5-25 13:28:39
우리나라 7대 대도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부산. 건강하게 잘 늙는다는 것을 어떤 것을 의미할까. 특히 ‘문화예술을 통한 세대 간 공감과 창의적 노년(액티브 에이징)’을 맞이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당면 과제가 되었다. 부산문화재단이 지난 23일 부산 동구 아스티 호텔 그랜드볼룸 22층에서 개최한 ‘2025 부산문화콘퍼런스Ⅴ’는 이에 대한 글로벌 해법을 모색한 자리였다.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문화예술적 접근과 실천 전략 일부를 공유한다.
이날 기조 발제자로 나온 5명의 연사 가운데 미란다 사우린 친(미란다 친 댄스 컴퍼니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은 ‘홍콩, 무용을 통한 세대 간 화합’에 대해 이야기했고, 가쓰야마 야스하루(록스타 유한회사 창립자 및 대표)는 일본 시즈오카에서 펼치는 문화예술을 활용한 초고령화 사회 대응 활동 ‘라우드힐(Loudhill) 프로젝트’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미란다 사우린 친은 무용과 무술 그리고 태극권을 융합한 독창적인 무대를 통해 중국 전통과 현대무용 기법을 결합한 독특한 공연을 선보여 왔다. 특히 이 댄스 컴퍼니는 순회공연과 예술교육을 통해 사회적 화합 증진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순회공연은 202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8회를 진행하면서 약 1만 명이 참가했다. 순회공연을 통해 다양한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예술교육은 어린이, 어른, 노인, 전문가, 아마추어 등으로 다양했으며, 4000여 명이 수혜를 입었다. 2019년과 2023년엔 홍콩 정부 지원금의 지역 문화 홍보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연을 하고 나면 다들 “무대에 서는 경험이 놀라웠다”고 전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50년 넘도록 왜 이런 활동을 계속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때 미란다의 답변은 “모든 것을 마음으로 해야 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계속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예술가들이 계속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이유이자 방법”이라는 것이다. 공연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질문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었다.
라우드힐 프로젝트는 초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문화예술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가스야마 대표는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을 연결하고, 문화예술로 고령화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관계를 디자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특히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는 고독과 고립, 경제적 궁핍에 이어 지역사회 인구 소멸, 젊은이 유출, 지역경제 축소가 있다”고 언급한 뒤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역 커뮤니티가 중요하고, 예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연극, 춤 작품 창작·발표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회적 장치로서 프로세스가 요구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도 라우드힐 프로젝트는 문화예술이 단순한 오락 제공이나 문화 향유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활성화, 아이덴티티 재구축, 그리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공헌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시즈오카의 라우드힐 프로젝트가 공립 홀(시즈오카시민문화회관)을 거점으로 한 덕택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외에도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타이베이(초고령화 사회에서 화합을 위한 사회참여예술 실천), 런던(세대공감 예술을 통한 사회통합), 부산(음악을 통한 창의적 노년) 사례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