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5-28 10:23:58
28일부터 6월 3일 대선까지 민심 흐름을 알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됐다. 공직선거법상 이날부터 실시되는 대선 여론조사는 본선까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막바지 표심 흐름을 감지할 수 없게 된 만큼 각 당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역대 대선에서 공표 금지 직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만큼, 각 당은 최근에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진행되는 여론조사는 투표 마감 시점인 내달 3일 오후 8시까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선거일이 임박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공표가 선거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날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등 각 당은 이날부터 본선까지 막바지 표심 흐름을 파악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에 각 당은 공표 금지 직전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역대 대선을 훑어보면 공표 금지 직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앞섰던 후보가 대부분 당선이 됐기 때문이다.
13대 대선부터 여론조사를 진행해 온 한국갤럽의 대선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13대 대선부터 지난 20대 대선까지 투표일을 열흘가량 앞두고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후보는 모두 본선에서 승리했다. 접전 또는 박빙의 여론조사 결과라도 조금이라도 앞선 후보가 이겼다. 접전이 펼쳐졌던 1992년 14대 대선(김영삼 후보 당선)과 1997년 15대 대선(김대중 후보 당선), 2002년 16대 대선(노무현 후보 당선)과 2012년 18대 대선(박근혜 후보 당선)에서도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앞섰던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지난 20대 대선도 마찬가지다. 본 투표 일주일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39%를 기록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8%였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민주당에도 기대감이 흐른다. 반면 국민의힘은 초조한 모양새다. 김문수 후보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지만, 판을 뒤집을 마지막 '한방'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에 주목하고 있지만, 승패를 가를 유의미한 움직임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강의 무기로 꼽혔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당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은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 데드라인이다.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물리적으로 29일 사전 투표 직전 단일화 시나리오도 남아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선의 역사적 의미,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이 나라를 넘겨줄 수 없다는 역사적 대의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국민들의 요청에 응답하는 길"이라며 "이제는 협상하는 그런 차원보다는, 미래를 위해 이 후보가 생각해 주기를 간곡히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차원의 회유와 압박책이 통하지 않은 만큼, 사전 투표 전까지 남은 시간의 단일화 결정권을 이준석 후보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