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2025-06-04 17:25:07
미국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축하 메시지를 띄우면서도 이례적으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미중 균형외교’ 부활을 경계하면서 이례적으로 중국 견제 메시지를 냈다는 평가다.
3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은 한국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간섭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주요 외신들의 질의에 백악관은 “한미동맹은 여전히 철통같다”며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국의 간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파 동맹 세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온라인 극우 활동가였고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자로 자처하는 로라 루머는 SNS X(옛 트위터)에 “RIP South Korea”(한국의 명복을 빈다)라며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는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루머는 백악관 고위직 인사 등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 성명을 내고 한국 새 정부의 탄생을 축하했다. 백악관과 마찬가지로 ‘철통 동맹’을 강조했지만, 중국에 대한 우려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상호방위조약, 공유된 가치, 깊은 경제적 유대를 기반으로 한 철통같은 동맹을 공유한다”며 “우리는 한국, 일본과의 3자 협력을 더욱 심화해 지역 안보를 강화하고, 경제 회복력을 증진하며 민주주의 원칙을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곧바로 업무를 시작한 이 대통령에게는 트럼프 대통령과 산적한 협상이 큰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가장 중요한 과제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라며 “시간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꾸준히 동맹국들의 ‘친중’을 경계해 왔다. 앞서 지난달 31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려 하고 있다. 우리는 공산당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4일 통화에 이어,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나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중국은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 대통령 취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SNS 계정인 뉴탄친은 4일 “윤석열 정부 시기에 중한관계는 최저점에 빠졌고,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자면 (한중 관계가) 나빠진다고 해도 이전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뉴탄친은 또 “그는 실용 외교 정책을 추진해 중국이든 일본·러시아·미국이든 모두 우호적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중국은 한국에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조선반도(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주는 국가로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