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괴한이라 착각”…이웃 수십 번 찔러 죽인 60대 ‘중형’

부산지법, 60대 남성에 ‘징역 20년’
50대 여성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
경찰 신고 도중 둔기로 머리 치기도

“러시아 괴한이라 착각했다”고 주장
재판부 “납득 어려워, 엄벌 필요해”
“사람 살해할 고의 분명했다” 판결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2025-06-13 15:56:41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에서 흉기로 이웃을 수십 차례 찔러 죽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그는 술을 마시던 중 러시아 괴한이 덮친다고 착각해 방어를 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착각을 했더라도 사람을 살해할 고의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고 판결했다. 해당 남성은 경찰에 “내가 사람을 죽였다, 죽어간다”는 취지로 신고를 하면서도 둔기로 이웃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법 형사7부(신형철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A 씨에게 지난 10일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형 집행 후 2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올해 1월 3일 오후 6시께 부산 영도구 자기 집 거실에서 흉기로 50대 여성 B 씨 어깨와 겨드랑이 등을 수십 차례 찌르고, 둔기로 머리를 수 차례 내려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B 씨는 다음 날 오후 1시 24분께 부산 서구 한 병원에서 외상성 폐 손상으로 인한 폐부전으로 숨졌다.

A 씨는 약 10년 전부터 이웃이었던 B 씨 집에서 범행 당일 오전 11시부터 막걸리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B 씨와 함께 자기 집으로 이동해 술을 더 마신 A 씨는 같은 날 오후 6시께 갑자기 격분하며 B 씨를 수십 번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이날 오후 6시 30분께 경찰에 전화로 직접 신고해 “내가 사람을 죽였다, 죽어간다”는 취지로 대화하며 둔기로 B 씨 머리를 계속 내려쳤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상태에서도 B 씨 등을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범행 직전 B 씨를 러시아 괴한으로 착각했고, 자신을 공격하려고 해 방어 목적으로 흉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A 씨 측은 “당시 러시아말을 하는 시커먼 남자가 다가와 목을 조르려 했고, 생명에 위협을 느껴 방어를 한 것”이라며 “상대방을 B 씨로 인식했던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가 B 씨를 살해한 살인죄가 성립되며 심신 미약을 이유로 형을 감경할 여지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는 함께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었고, 갑자기 B 씨를 러시아인 괴한으로 인식한 경위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설령 러시아인 괴한으로 생각했더라도 ‘사람’을 살해할 고의를 가졌던 건 분명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B 씨가 공격했다고 볼만한 정황도 찾을 수 없다”며 “A 씨가 ‘공격당하는 상황’으로 오인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결국 주량을 훨씬 초과하는 막걸리 4병을 마시고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112 신고 당시에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결국 재판부는 A 씨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B 씨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는 스스로 기억하지 못할 만큼 사소한 이유로 잔혹하게 B 씨를 살해했다”며 “B 씨는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무연고자 장례가 치러졌다”고 했다.

이어 “A 씨는 러시아인 괴한이 자신을 먼저 공격하여 방어할 의사였다고 주장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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