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기념 민주공원·금고미술관 전시 ‘주목’

■민주공원
해방 이후 고난·연대 다룬 ‘독립하는 광복’
7월 27일까지 민주공원 3층 기획전시실
김경화 방정아 김화순 최대주 등 12명 전시

■금고미술관
근현대역사관, ‘피란수도’ 현대미술로 해석
9명의 작가가 피란수도 부산유산 9곳 다뤄
8월 17일까지 작가와의 대화·투어 등 진행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5-06-16 10:58:40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에 참석한 홍성담 작가가 작품 '개사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에 참석한 홍성담 작가가 작품 '개사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과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부산의 시각예술 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 중구 민주공원이 지난 10일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 그 두 번째로 ‘독립하는 광복’을 시작했다. 첫 전시는 ‘민중미술가 열전’ 8번째 순서로 송주웅 작가 특별전을 개최했다. 내달 7월 27일까지 계속될 ‘독립하는 광복’ 전시는 부산·울산-광주 작가 교류전 성격이 강하다. 이보다 앞서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신선한 유산, 예술로 미래를 열다’전(展)을 지난 3월 25일 시작해 오는 8월 17일까지 이어 가는 중이다. 다 같이 광복 80주년 기념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두 전시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 '독립하는 광복'에 참석한 노주일 작가가 작품 '감옥에서 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 '독립하는 광복'에 참석한 노주일 작가가 작품 '감옥에서 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 '독립하는 광복'에 참석한 이동근 작가가 '낡은 집-요새사령부로부터' 가덕도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 '독립하는 광복'에 참석한 이동근 작가가 '낡은 집-요새사령부로부터' 가덕도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민주공원, ‘독립하는 광복’

‘광복’을 주제로 한 전시지만, 단순히 해방의 순간에서 멈추지 않는다.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전개된 수많은 고난과 연대, 저항과 희망의 궤적을 되짚는다. 역사 속 아픔과 투쟁, 희망의 기록을 다양한 예술 언어로 사유하고, 작품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성찰하고 있다.

참여 작가는 부산·울산의 김경화, 박재열, 방정아, 서지연, 윤은숙, 이동근과 광주의 김화순, 노주일, 문서현, 이상호, 최대주, 홍성담 등 총 12명이다. 이들은 ‘광복’이라는 공동의 역사적 키워드를 공유하고, 백산기념관, 박차정 의사 생가,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관, 이관술 선생 유적 등 부산·울산의 항일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찾아 답사했으며, 워크숍(강연자 배문석 양진호 김종길)을 통해 문제의식을 나누어 발전시켰다고 한다. 이런 경과 덕분에 전시는 부산에 앞서 ‘오월미술제’ 일환으로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열린 ‘해방하는 신체’(5월 8~21일)로 먼저 선보였고, 8월엔 울산 노동역사관으로 옮겨간다. 김신윤주 2025 오월미술제 감독은 “일제의 폭압에 대항해 해방을 이루고 최초의 민주공화국을 수립한 우리 민중의 자유와 생명을 향한 힘을 12명의 작가가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들려준다”고 소개한 바 있다.

김경화 '민중의 태극'. 오른쪽엔 박재열의 '교의'와 방정아의 '내 모욕을 씻어줘'가 보인다. 김은영 기자 김경화 '민중의 태극'. 오른쪽엔 박재열의 '교의'와 방정아의 '내 모욕을 씻어줘'가 보인다. 김은영 기자

민주공원 3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김경화의 ‘민중의 태극’이 가장 먼저 관객을 맞는다. 민중의 상징인 무명천과 민화를 바느질해 태극을 엮었다. 김경화는 “우리나라 태극기가 어떤 부류에 의해 독점되거나 오염된 현실이 안타까웠다”면서 “진정한 민중의 태극으로 다시 돌려놓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작품 제작 계기를 털어놨다. 그는 “가장 평범한 민중의 힘으로 이룩한 가장 위대한 광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최대주 '사랑의 이름으로'. 김은영 기자 최대주 '사랑의 이름으로'. 김은영 기자
문서현 '民들레 영토'. 김은영 기자 문서현 '民들레 영토'. 김은영 기자
김화순 '일어서는 목소리'. 김은영 기자 김화순 '일어서는 목소리'. 김은영 기자

김화순의 ‘일어서는 목소리’는 김학순, 김복동, 길원옥, 이옥선, 이순덕, 정옥순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호명하면서, 해방 이후 우리 땅에서 계속된 대구10월항쟁, 4·3항쟁, 5·18민중항쟁에서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끔찍한 성폭력이 일어났음을 환기했다. 최대주는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며 고통스러운가”라고 한탄하면서도 12·3 내란 당시 광장으로, 한남동으로, 남태령으로 달려간 시민들과 젊은 세대를 떠올리며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를 토로했다. 문서현 역시 “백성이, 국민이, 시민이 지킨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수시로 주권자인 국민을 버릴 때도 민초들은 굳건히 뭉처 삶터를 지켰다”면서 오월, 광주의 주먹밥이 홀씨를 달고 대를 이어 날아올라 2024년 겨울을 깨우고 2025년 빛의 광장에서 피어났음을 버려진 청바지로 재현한 작품 ‘民(민)들레 영토’를 제작했다.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 '독립하는 광복'에 참석한 윤은숙 작가가 작품 '이관술-누리에 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 광복 80돌 맞이 기념 전시 '독립하는 광복'에 참석한 윤은숙 작가가 작품 '이관술-누리에 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방정아 '모욕을 씻어줘'. 김은영 기자 방정아 '모욕을 씻어줘'. 김은영 기자
박재열 '교의' 중 일부. 김은영 기자 박재열 '교의' 중 일부. 김은영 기자

방정아와 윤은숙은 독립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 교육자인 이관술 선생을 다루었다. 특히 방정아는 모함 등으로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관술 선생이 어린시절 뛰놀았던 선바위와 훼손당한 비석을 반투명 천과 이불커버에 아크릴 채색한 ‘내 모욕을 씻어줘’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박재열은 제사를 올릴 때 쓰는 다리가 긴 의자 ‘교의’에 까마귀를 그려 넣고, 죽은 권력과 그 곁을 지키는 검찰의 미래를 표현했는데, 까마귀가 입에 물고 있는 명패는 ‘법원’이란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이상호 '일제를 빛낸 사람들'. 김은영 기자 이상호 '일제를 빛낸 사람들'. 김은영 기자

홍성담은 2022년 대선 당시 광주오월민중항쟁을 폄훼한 전두환을 찬양해 비판받은 윤석열에 대해 별 비판없이 넘어간 데 대한 성찰을 요구하며 그렸던 ‘개사과’(2022년)를, 이상호는 친일반민족해위자 92인을 화폭에 담아 그들을 시각적으로 고발한 작품 ‘일제를 빛낸 사람들’(2021년)을 가져왔다. 문의 051-750-3802.

김제원 '땅의 직조 벽의 역사' 시리즈.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김제원 '땅의 직조 벽의 역사' 시리즈.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금고미술관, ‘신선한 유산, 예술로 미래를 열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이 본관 지하 1층 금고미술관에서 여는 기획전 ‘신선한 유산, 예술로 미래를 열다’는 부산 역사의 근간이 된 ‘피란수도 부산유산’을 현대미술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해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9명의 현대미술가는 각자의 독특한 예술 언어와 기법을 사용해 근현대 역사가 현대미술 흐름 속에서 적응, 변형되며 재생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상희 '비석집_죽음 위의 삶'.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여상희 '비석집_죽음 위의 삶'.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구지은 '메모리작전' 가변설치. 김은영 기자 구지은 '메모리작전' 가변설치. 김은영 기자
김유경 '땅과 주름진 밤'.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김유경 '땅과 주름진 밤'.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하고, 9명의 작가가 9곳의 피란수도 부산유산을 다각적으로 탐구한다. 1부는 6·25 한국전쟁 당시 부산이라는 한정된 도시에서 100만 명 이상의 실향민을 품으면서 발생한 ‘좁은 땅 위에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우암동 피란 주거지(김제원 작가) △아미동 비석 피란 주거지(여상희) △부산항 제1부두(김서량)를 다룬다. 2부 ‘국제 협력, 평화를 위한 지원과 희생’은 전쟁의 위기에서 대한민국 평화를 수호하고자 했던 유엔과 정부, 시민의 상호 공조에 대한 이야기로, △유엔묘지(구지은) △하야리아 기지(김유경) △미국대사관 겸 공보원(유은석)이 등장한다. 3부는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인 국가 운영을 위한 임시 정부 기관에 대한 이야기로, △국립중앙관상대(김유리) △임시중앙청(박지원) △경무대(금진)를 재현했다.

이와 함께 근현대역사관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 ‘VVIP 금고 투어: 작가와의 대화’를 7월까지 개최한다. 자세한 일정과 참가 신청은 역사관 누리집을 통해 진행한다. 이 외에도 8월 15일과 16일에는 역사관 일원에서 개최 예정인 ‘2025 피란수도 부산 문화유산 야행(夜行)’과 연계한 행사도 준비 중이다. 문의 051-607-8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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