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대신 데이터 모셨다! 교육 격차 줄여 주는 ‘AI 산타’

KT·마이크로 소프트와 손잡은 부산 기업은?

부산 본사 에듀테크 기업 (주)산타, 전국적으로 주목
AI로 강의 만들고 커리큘럼 생성… 국내 최다 강의 보유
메가스터디·에듀윌 등 대학·기업·학원도 ‘디디쌤’ 이용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2025-06-22 08:00:00

산타 박기웅 대표가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본사에서 디디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산타 박기웅 대표가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본사에서 디디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굴지의 대기업 KT,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 소프트와 협력하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부산 본사의 에듀테크 기업이 있다. 그 주인공은 KT와 공공 교육 시장 마케팅 협업을 하는 (주)산타다. 산타가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툴을 제공하면 KT가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AI솔루션에 사용되는 챗GPT의 커스터마이징을 돕는다.

산타의 고객사는 부산시교육청을 비롯해 부산교대, 울산대, 충남 청양군 등 전국에 걸쳐 있다. 이들 고객사들은 산타의 솔루션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지점이 바로 박기웅 대표가 산타를 창업한 계기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부산 같은 대도시 시민들도 제대로 된 강의를 들으려면 서울로 오가야 하고, 어떤 강의가 열린다는 정보를 얻는 것조차도 노력을 따로 들여야 한다. 교육 격차 때문이다”고 말했다.

■7번의 창업, 장기 미션을 찾다

박 대표가 산타를 창업한 건 2016년이다. 부산 출신인 박 대표는 대도시인 부산에서도 교육 격차를 절실히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느꼈다. 본사도 당연히 부산에 세웠다. 사명 산타에는 산타클로스처럼 교육으로 주변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이 담겼다.

박 대표는 디지털 기술로 교육 격차가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는 “당시 돈 버는 것도 중요했고 성과도 어느 정도 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계속 됐는데 그게 교육이었다”며 “국내에서 교육은 모여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큰데 이를 디지털화한다면 지역에 따른 교육 격차가 극복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에겐 사실 창업이 일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창업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21살 때였다. 영상 편지를 만들어 연인에게 전달하는 회사였는데 꽤 호응이 컸다. 중고책 온라인 판매회사, QR코드 마케팅 비즈니스 회사 창업 경험도 있다. ‘부산에서 한 달 살기’로 히트를 친 숙박 플랫폼 (주)미스터멘션의 초기 창업 멤버이기도 하다. SK텔레콤 등 기업에도 10년 가까이 몸담았는데 그때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배웠다.

디디쌤의 AI가 만든 강의 스크립트. 디디쌤의 AI가 만든 강의 스크립트.

■10년간 데이터를 모으다

산타는 디지털 교육 기업답게 첫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 교육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교육 콘텐츠 기업들은 가장 쉬운 코스인 스타 강사 영입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장기적 안목으로 다른 길을 걸었다.

그렇게 2019년 동영상 강의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디디캐스트’가 세상에 나왔다. 복잡한 편집 프로그램 없이 실행 후 녹화만 하면 알아서 편집되고, 자막까지 달리는 AI 강의 동영상 편집툴이었다.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박 대표의 창업 정신이 담긴 결과물이다. “좋은 강사의 강의가 수도권 대형 학원이나 기관에 근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장되어서는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22년 출시된 디디쌤에는 디디캐스트 기능에 모집, 평가 등의 기능까지 더해졌다. 최근에는 AI 기능을 업그레이드시켜 한층 더 발전한 형태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디디쌤을 활용해 ‘숏폼을 만드는 방법 강의’를 치면 관련된 커리큘럼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참고할 만한 강의 내용, 유튜브 영상 등도 검색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의 내용을 미리 학습시켜 놓으면 관련 질문에 대한 동영상 강의 중 질문에 답도 AI가 해준다.

그후 대학 기업 학원들이 디디쌤을 찾기 시작했다. 울산대학교, 부산시민대학, 창원대학교, 아시아나항공, 나이스평가정보원 등이 주요 고객이며, 사교육 시장에서도 메가스터디, 몬테소리, 종로학원, 에듀윌 등이 디디쌤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디디쌤을 통해 만들어진 강의 홈페이지가 4200개, 강의가 5만 4000개, 이용자 수가 20만 5000명이 넘는다. 창업 10년 만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강의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이러한 성과로 2022년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2023년 클라우드 사업 분야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에듀테크 시장이 얼어붙어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2023년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고 흑자 전환도 이뤘다.

■AI시대 교육은 ‘초개인성’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됩니까.” AI를 기반으로 한 교육 사업을 벌이고 있는 박 대표가 교육계 인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에 저는 ‘초개인성’과 ‘연결성’ 개념을 갖고 설명을 드립니다.” 박 대표는 국내 교육 시장을 기업 교육, 공공기관 교육, 학원, 학교 등 4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하지만 각 범주의 교육은 연령별은 물론 과목별, 교육 주체별로도 나뉘어져 있다. 데이터 공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구분된 범주들을 연결하는 게 박 대표, 그리고 산타의 역할이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모은다면 학습 경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믿어요. 이를 통해 개인별로 목표에 맞는 커리큘럼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정보나 데이터가 부족한 지방의 한 교육기관에서 데이터와 AI를 통해 어떤 강의를 들으면 좋을지 검색하고 또 후속 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게 바로 디디쌤의 방식이다. 지방 학원이 ‘서울 강남’에서 유행한다는 방식을 따르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AI는 추가 교육 과정 등도 알려주고 관리한다.

박 대표는 “제 아이가 6살인데 감사하게도 디디쌤의 고객인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아이가 디디쌤을 통해 교육 격차를 느끼지 않고 자신의 학습 경험이 이어지도록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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