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종전이냐 확전이냐… 혼란스러운 중동 정세 [미, 이란 핵시설 공습]

미국, 이스라엘 요청에 포르도 등 폭격
이란, 미군 기지 등에 보복 예고
트럼프, 향후 추가 공격 가능성 시사
이란 타격에도 불확실성 커질 전망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2025-06-22 18:26: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 시간) 이란 핵시설 공습 당시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댄 케인 합참의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백악관 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 시간) 이란 핵시설 공습 당시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댄 케인 합참의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백악관 X 캡처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의 이란에 대한 폭격은 처음이다. 미국의 이번 공습을 시작으로 중동 전역에 더 위험한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의 직접 개입 시 중동 내 미군 기지 등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해 왔는데,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에 따라 조기 종전과 확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란 핵시설 3곳 동시 타격

미국은 이날 B-2 스텔스 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전개, 포르도와 나탄즈 그리고 이스파한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동시 타격했다. 특히 이란 핵 개발의 ‘심장부’로 불리는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은 이스라엘이 그동안 자력으로는 공격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지원 공격을 요청했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 소셜에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에 대해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 모든 항공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빠져나왔고 안전하게 귀환 중”이라며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날 군사작전을 “극적인 성공”이라고 평가하며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란에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표적이 더 많이 남았다는 것을 기억하라. 만약 평화가 빨리 도래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런 다른 표적들을 정밀하게, 신속하게, 숙련되게 공격할 것이다”고 했다.

미국은 이란에 평화적 해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미국은 이날 이란과 외교 접촉에서 “핵시설 공격이 미국 계획의 전부이며, 이란의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미국 CBS 방송이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핵시설 타격에 맞서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반격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상공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란, 보복 나서나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도 군사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은 앞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직접 참여할 경우,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유력한 목표물은 중동 지역 곳곳에 있는 미군 기지들로 꼽힌다. 이란은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격에 ‘터무니 없다’고 반발하며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비상 대책도 세웠다. 현재 공습을 피해 은신 중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암살될 경우를 대비해 후보 3명을 지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1일 하메네이가 국가지도자운영회의에 자신이 암살되면 이들 3명 중 1명을 신속히 후계자로 임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타격을 입었지만 전쟁이 조기에 끝날지도 미지수다. 이란이 곧바로 휴전을 받아들이고 후퇴한다면 핵 능력이 무력화되는 등 더 이상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에 대한 반격에 나서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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