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 뇌지예(雷地豫)...용서, 사람의 일이자 신의 은총

2025-06-30 09:06:01

※초 단위로 뉴스·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거기에 ‘허위 왜곡 콘텐츠’도 횡행합니다. 어지럽고 어렵고 갑갑한 세상. 수천 년간 동양 최고 고전인 ‘주역’으로 한 주를 여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주역을 시로 풀어낸 김재형 선생이 한 주의 ‘일용할 통찰’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야생초 편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인 황대권 선생은 전두환 정권의 간첩 조작 사건으로 13년 동안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야 했습니다.

자유로운 집필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까운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쓰인 책은 출간 이후 10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황대권 선생을 우리 시대의 사상가로 만들게 합니다.

황대권 선생은 출소 이후 오랜 법정 투쟁을 통해 간첩죄의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최근 선생은 당신의 삶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북 제천시 덕산면에 만들었습니다.

‘대안공간 야생초 편지’. 이 공간은 다양한 생태, 인문, 지역사회, 문화, 예술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다른 세상을 만드는 공부와 수련 공간입니다.

여기에서 선생과 여러 활동가가 모여 주역을 공부했습니다. 공부 중에 나온 질문이 ‘주역은 용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합니까?’입니다.

함께 주역 괘를 찾았습니다. 16번째 괘인 뇌지예(雷地豫) 4효를 얻었습니다.


뇌지예 괘. 뇌지예 괘.

예괘(豫卦)는 두 마음을 다루는데 하나는 내 안에서 터져 나오듯이 쏟아져 나오는 마음입니다(雷出地奮 豫).

두 번째는 그 마음이 지나치지 않게 예측(豫測)하고 관리하는 마음입니다.

황대권 선생은 용서를 삶의 화두로 성찰하며 사시는 분입니다.

용서에 대한 수 많은 책을 읽고 용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조직하고 오랫동안 기도하며 용서를 내면화하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그런 성찰이 선생을 우리 시대의 성자 중 한 분으로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선생은 용서를 모르겠다고 말하시고 늘 이렇게 질문합니다.

예 괘는 억울하게 고통받고, 죄없이 갇히고, 차별받고, 폭력적으로 빼앗긴 사람들의 마음 안에 산처럼 큰 응어리가 맺히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응어리는 고통 주고 폭력적으로 빼앗고 차별하고 억압한 사람들에게 쌓이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은 사람들 안에 생깁니다.

이 응어리를 트라우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트라우마 치유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날 내 안에 쌓였던 트라우마의 응어리들이 쏟아져 나오듯이 분출하게 됩니다.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은 이 시간을 거치며 자유를 얻고 용서하게 됩니다.

용서는 사람의 일이기도 하고 신의 은총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자유를 얻은 사람은 그 내면에 어떤 오라(aura)가 생겨납니다.

예 괘 4효는 자유를 얻은 사람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힘을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 언어는 유예(由豫)입니다.

주역에 나오는 유(由)는 다 자유(自由)라고 읽습니다.

자유를 얻은 사람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습니다.


4효. 九四 由豫 大有得 勿疑 朋 盍簪(구사 유예 대유득 물의 붕 합잠).

象曰 由豫大有得 志大行也(상왈 유예대유득 지대행야).


내 안에서 기쁨, 오랜 슬픔, 응어리진 마음이 분출하듯이 터져 나오고, 나는 자유(自由)를 얻는다. 이것은 수많은 일들을 일으킨다.

내 안에서 터져 나온 이 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 의미가 있다.

여러 친구가 찾아오고 나는 흩어진 머리카락을 모으는 비녀처럼 친구들의 마음을 모은다.


빛살 김재형


충북 제천시 덕산면 '대안공간 야생초 편지'에서 황대권 선생과 활동가들이 주역을 공부하는 모습. 김재형 제공 충북 제천시 덕산면 '대안공간 야생초 편지'에서 황대권 선생과 활동가들이 주역을 공부하는 모습. 김재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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