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2025-09-11 11:38:49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특검법 개정안 합의가 반나절만에 돌연 증발됐다. 여당 의원들이 합의 내용에 반발하고 정청래 대표가 “재협상 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1일 오전 9시 5분쯤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어제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지도부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어제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핵심은 기간 연장이기 때문에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협상이 된 것은 특검법 원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처럼 밝혔다.
전날 민주당 김병기·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약 6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3대 특검법 개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민주당은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수정 요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받아들여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은 하지 않기로 하고, 수사 인력 충원도 최소한으로만 하도록 했다. 또 내란 재판 1심 방송 중계 의무나 특검의 군 검사 지휘 조항 등도 빼기로 했다.
그 대가로 국민의힘에서는 여권의 정부 조직 개편에 최대한 협조해 주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신설의 경우 소관인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라, 야당의 협조 없이는 기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공개된 후 민주당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다. 페이스북에 추미애·서영교·박주민·전현희·한준호·박선원 의원 등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특검법 개정은 수사 인력 보강, 수사 기간 연장 등으로 내란 수사와 권력형 부패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 않다”고 썼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오전 회의 끝에 협상을 최종 결렬시켰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정책조정회의 후 브리핑에서 “어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며 “1차 협상을 진행했고, 그 안을 갖고 최종 본회의에 상정할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내 여러 이견들이 많이 나왔고, 그 과정에서 다시 국민의힘에 재협상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로 인해 3대 특검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당 원내대표가 직접 야당과의 협의를 발표한 뒤 반나절 만에 협의가 번복되자 국민의힘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부대표는 “우리 당 내부에서도 특검법 개정안을 폐기해야만 정부 조직 개편에 협조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합의해 준 것”이라며 “민주당이 협치와 합의의 무게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 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와 대통령실까지 협의된 사항을 파기한다면 민주당은 정청래의 사당이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굉장히 우려가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