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9-11 12:42:44
조만간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이미 정부 계획으로 확정된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향을 시사한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도 신규원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원전 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조화로운 에너지믹스 차원에서 이재명 정부의 '탈원전 정책' 재현 조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11일 관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9일 환경부 출입 기자들과 만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4∼2038년 적용)에 반영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과 관련, "기존 원전은 안전을 담보로 계속 (수명을) 연장해 쓰더라도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신규원전) 의견은 최종적으로 12차 전기본에 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지난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원전 2기와 첫 SMR 건설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재논의하겠다는 방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한다. 15년간 적용되는 전기본은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발전 설비를 어떻게 채울지 계획을 담은 문서로 2년에 한 번 새로 업데이트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하면서 추진 가능성이 크게 작아졌다.
이 대통령은 "원전을 짓는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지으려다가 중단한 한 곳 빼고는 없다"고 말했다. SMR과 관련해서는 "기술 개발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원전을 짓기) 시작해도 10년 지나 지을까 말까인데 그게 대책인가"라면서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지가 있으면 (건설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다.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발언으로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11차 전기본은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 전기차 보급 확대 등 전기화 전환 등 요인으로 2038년 전력 수요가 현 수준보다 약 30% 급증할 것으로 보고 총 2.8GW(기가와트) 설비용량 원전 2기를 2037∼2038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후 10년 만에 신규원전 건설 계획이 마련됐다. 또한 2035∼2036년에는 '차세대 미니 원전'인 SMR이 처음으로 0.7GW 규모로 들어서게 될 예정이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국회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에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치를 올해 초 확정한 11차 전기본보다 상향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와 '제6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2040년까지 설계수명이 30년을 넘은 석탄발전기 40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결국 신규 원전 건설은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 확충은 당초 계획보다 더욱 서두르기로 하면서 확정된 11차 전기본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장기 전력 수급 계획은 새로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 주도로 작성될 12차 전기본(2026∼2040년)에서 다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차 전기본은 올해 하반기 공식 논의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계획대로 올해 원전 부지 선정에 착수해도 계획된 2038년에 신규 원전을 건설해 가동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이미 확정된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고 수년간 결정을 미룬다면 ‘AI발 전력수요 급증’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 안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