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와 부두 사이 화물 자동으로 옮겨 줘요”

BPA, ITT자동운송시스템 개발
무인 셔틀 2대로 컨테이너 이송
내년부터 실증 거쳐 상용화 추진
부산항 환적 경쟁력 향상 기대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2025-09-10 17:59:00

부산항 타부두 환적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무인 자동운송 셔틀 2대(노란색)가 시험장인 자성대부두 철송장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레일 위를 움직이고 있다. BPA 제공 부산항 타부두 환적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무인 자동운송 셔틀 2대(노란색)가 시험장인 자성대부두 철송장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레일 위를 움직이고 있다. BPA 제공

부산항 신항 전체를 여러 운영사가 나눠 운영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타부두환적(ITT) 화물을 효율적으로 자동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드디어 개발됐다. 부산항 전체의 환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항만공사(BPA)는 타부두환적 자동운송시스템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2022년 4월 착수한 이 사업은 소형 부두를 여러 업체가 나눠 운영하는 부산항의 특성 때문에 시작됐다. 부산항 신항의 경우 2~3개 선석만 운영하는 운영사 7곳이 난립해 있다. 같은 신항 내 부두라도 운영사가 다른 부두 사이를 오가는 화물은 반드시 부두 밖으로 나왔다가 다른 부두로 진입해야 한다. 하역장 뒤편으로 연결도로가 있어도 보안문제로 차단돼 있다. 지난해 기준 20피트 컨테이너 2440만 개를 처리한 부산항에서 이렇게 타부두환적(ITT)을 거치는 화물은 20%인 488만 개에 이른다. 결코 적지 않은 화물이 부산항의 소형 부두 분절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시간과 비용 부담, 대기오염까지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산항에서는 오래전부터 ITT를 효율화 할 방안을 연구해왔고, 하드웨어 측면보다는 체인포털, 포트아이(Port-i) 등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측면의 대응에 중점을 둬왔다. 중국 칭다오를 비롯한 미국·독일 등의 선진 항만은 ITT 화물 자동운송 장치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이미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환적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소프트웨어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BPA는 2022년 4월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지원을 받아 자동운송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BPA가 주관 기관으로 나서고, 국립한국해양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주)시스콘로보틱스, 서호전기(주), 서안에스앤씨(주)가 참여했다.

지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으로 애초 141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었지만 67억 원밖에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도 결국 지난 6월 모노레일 기반 자동운송시스템(무인트램) 개발에 성공했다. 배터리를 장착한 셔틀 2대가 궤도를 움직이며 컨테이너를 시속 20km 속도로 옮기는 시스템으로, 모든 화물 배치와 이송, 셔틀 컨디션 확인 등의 작업이 무인 자동화 기반으로 작동한다.

BPA는 내년부터 이 시스템의 단계적 실증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ITT 비용과 시간 축소에 따른 물류비 절감은 물론 환적 효율 향상, 온실가스 저감, 항만 안전사고 감소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PA 연정흠 연구개발부장은 “부산항 신항1부두부터 6부두까지 약 20km 길이 레일을 설치하고, 셔틀을 도입하는 데 800억~1000억 원이 예상된다”며 “서컨테이너부두와 진해신항까지 고려하면 자동화된 ITT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계기로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아이템으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PA 송상근 사장은 “이번 ITT 자동운송시스템 개발은 부산항 환적 화물 운송 체계의 새로운 전환점”이라며 “부산항이 세계적인 환적 항만으로서 위상을 더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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