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6-10-20 17:58:31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시위자가 불타는 차량 위로 자전거를 던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으로 대규모 시위가 확산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통행금지령을 도입하는 등 사태 대응에 나섰다. 지난 주말 시위 과정에서 2330여 명이 경찰에 구금되고 상점 3000여 곳이 피해를 본 가운데, 정부의 대응 실패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와 노동조합이 추가 집회를 예고하면서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현지 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비상대책 회의를 마친 뒤 각 지역에 이르면 이날부터 통행금지를 도입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통금의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뿐 아니라 상점과 같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지역별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지만, 현 단계에서는 일부 통행금지가 더 적절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에 따라 파리 경찰은 레퓌블리크 광장과 상업지구인 레알 일대에 이날 오후 11시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릴과 두에 등 북부 4개 도시에서도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부분적으로 통행이 제한된다. 니스는 미성년자의 도심 통행을 금지했으며, 마르세유는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공공 집회를 금지했다.
이번 시위는 열악한 교육 여건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집회에서 시작됐다. 이후 공공부문 투자 부족과 높은 물가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전국으로 확산했고, 지난 주말에는 공공시설 방화와 상점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은 주말 동안 경찰에 구금된 인원이 2330여 명에 달하며 이중 70%가 성인이라고 밝혔다. 세르주 파팽 상무장관은 최소 3000개 상점이 피해를 봤고 피해액은 수억 유로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에도 약탈품의 거래와 재판매를 차단하는 데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프랑스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치안 대응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 뉘녜즈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을 통감한다. 발생한 피해를 볼 때 내가 사임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그러나 엘리제궁은 경찰과 치안 당국의 지휘체계 유지를 위해 장관을 유임하기로 했다며 대응 계획과 정보 수집 과정의 실패를 투명하게 규명하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를 전했다.
시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시위자 수십 명이 유리 피라미드 입구를 봉쇄하면서 정상적으로 문을 열지 못했다. 2018년 물가 상승과 사회 불평등에 항의하며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었던 ‘노란 조끼’ 운동 측도 오는 24일 추가 시위를 예고했다. 주요 노동조합들 역시 다음 달 5일 파업과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중동 순방에 나섰다.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을 방문해 석유와 경유 공급 확보 및 유가 안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16일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함께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의 콘서트를 관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받기도 했다.
한편, 프랑스 정부 재정 불안으로 약세인 프랑스 국채 가치는 이날도 하락했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12%포인트 오른 4.9%로, 독일 국채 10년물과 1.45%포인트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