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종양표지자, 과신도 무시도 마라

박철홍 이샘병원 소화기내과 원장

| 2026-10-19 17: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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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에서 종양표지자 검사가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이를 ‘채혈만으로 암을 찾아내는 검사’로 생각한다. 과연 종양표지자 검사는 혈액만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일까?

일부 종양표지자는 제한된 상황에서 선별검사로 활용된다. 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 또는 간경변증이 있는 간암 고위험군에서는 간초음파와 AFP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PSA 검사도 일부 남성의 전립선암 선별에 이용된다. 그러나 CEA, CA 19-9, CA 125 등은 일반인의 암 선별에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주로 암의 치료 반응과 재발을 추적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종양표지자가 높게 나온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실제 암일 가능성이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양성 예측도’다. 무증상 검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CEA와 CA 19-9의 여러 암에 대한 양성 예측도는 각각 4.1%와 5.8%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검사 결과가 양성이었던 사람의 약 94~96%에서는 실제로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진료 경험에서도 종양표지자 상승만으로 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연간 1~2례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췌장암에 대한 두려움이 커 CA 19-9 검사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무증상 일반인에서 CA 19-9의 췌장암 양성 예측도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치가 얼마나 올라야 위험한가요?”라는 질문도 자주 듣는다. 종양표지자의 기준치는 정상과 암을 가르는 절대적인 선이 아니다. 기준치를 넘었다고 해서 반드시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높은 수치 자체가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CA 19-9가 1,000 U/mL에 육박했던 무증상 검진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 여러 검사를 시행했지만 암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후 수치는 정상 범위로 떨어졌다. 반대로 종양표지자가 정상인데도 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암이 발견되지 않으면 환자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왜 수치가 올랐나요?”로 이어진다. 그러나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종양표지자는 간질환, 신장질환, 폐질환,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및 일부 부인과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진료에서는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적절히 평가하는 일을 가장 우선시한다. 나이와 성별, 현재 증상과 과거력, 가족력, 음주력, 흡연력, 이전 검사 결과와 수치의 변화 등을 종합해 필요한 검사의 종류와 순서를 결정한다. 어떤 환자에게는 일정 기간 후 혈액검사만 다시 시행하고, 다른 환자에게는 흉부·복부 CT를 선택적으로 시행한다.

종양표지자가 높다고 곧바로 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도 안 된다. 검사 결과만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적어도 한 번은 의사와 상담해 추가 평가나 추적 관찰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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