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부산 문화 행정 민낯 드러낸 ‘백지화’

김은영 문화스포츠부 기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6-10-19 18: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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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 유치 백지화와 '라 스칼라' 초청 공연 철회는 부산 문화 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대 해외 브랜드를 끌어들이는 전시행정을 걷어내고 지역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결단은 명분상 수긍할 대목이 있다. 다만 묻고 싶은 것은, 그 명분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은 어디에 있느냐는 점이다.

시는 전국 최대 규모의 극장인 만큼 철저한 준비와 시범공연이 필요하다면서도,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제작 극장’으로 전환해 2028년 개관작으로 ‘부산 정체성을 담은 창작극’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운영 전례는커녕 클래식부산 대표조차 공석이고, 준비단 역량도 의문인 상태에서 내놓은 구상은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1년 5개월 걸려 뽑은 창작 오페라 ‘새야새야’마저 바깥으로 밀어낸 부산시다. 추가 공모도 없이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 2028년까지 창작극을 올리겠다는 것은 비판을 피하기 위한 공수표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개관 초기 제작 역량 부족을 메우겠다며 심포니나 콘서트를 섣불리 올린다면 지난해 개관한 부산콘서트홀과의 ‘제 살 깎아먹기’식 중복을 피할 수 없다.

말뿐인 선언이 아니라 전문 리더십을 세우고 정명훈 예술감독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략적 공동 제작, 유휴 기간을 활용한 ‘제작·인재 아카데미’ 가동, 라 스칼라 초청을 위해 모았던 상공계 기금의 ‘제작 후원금’ 전환 등 정교한 연착륙 방정식이 실행돼야 한다.

미술관 대안 역시 공수표여서는 안 된다. 시는 북항 일원에 연면적 약 5000㎡, 전시공간 약 3000㎡ 규모의 복합전시공간을 2030년까지 전액 국비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안 역시 전임 시장 시절 검토되던 안을 새 대안인 양 재활용한 포장에 불과하다. 또 다른 건물을 지을 게 아니라면, 퐁피두 백지화로 절감된 1000억 원대의 건립비와 매년 12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의 향방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절감된 예산은 ‘부산 미술진흥 기금’으로 명시적으로 묶어두기 바란다. 쥐꼬리만 한 소장품 구입 예산을 대폭 늘리고, 큐레이터 연구 역량에 아낌없이 투입해야 한다. 간판을 뗀 자리에 들어서야 할 것은 말잔치가 아니라 기존 미술관의 통장으로 들어가는 ‘실질적인 예산표’와 구체적인 로드맵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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