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유의 의미해석과 유형
자유의 의미해석과 유형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견해로는 벌린이 제시한 소극적 자유(negative freedom)와 적극적 자유(positive freedom)가 있다.
'소극적 자유'란 개인이 자기의 욕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유형의 간섭, 특히 의도적이고 강제적인 간섭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사슬과 감옥으로부터의 자유' 또는 '행동에 대한 외적 강제의 부재'로 규정했던 홉스의 정의와 같이 자유의 개념을 협의로 규정한 것이다. 일체의 외부적인 구속이나 그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유는 무조건 존재해야 한다는 자유보장의 절대성을 주장하고 있다. 소극적 자유주의자들은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서 국가의 간섭이 없거나 최소한에 그칠 것을 요구했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을 활용하고 경제활동을 할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자유를 보장받았다는 전제하에 개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적 욕구를 충족하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경제적 자유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 체제로 자유시장 경쟁의 원리에 기초해 개인에게 경제적 활동의 자유와 사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싹트기 시작한 근대화 초기에 자본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한한 자유를 추구했고, 결국 경제적 자유주의는 자유방임주의로 흘러가게 되었다. 지나친 자유 추구로 인해 사회 구성원들 간의 극심한 불평등이 초래된 것이다. 자유방임의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개인에게 맡겨지므로, 자유가 충돌할 때도 개인들이 해결해야 했는데, 이때 힘의 논리가 적용됐고 결국 힘이 세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승리하고,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패배하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이에 대응해 자유에 대해 새로운 해석으로 적극적 자유가 등장한다. '적극적 자유'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Y보다 X가 될 수 있거나 또는 X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극적 자유주의자들에게 자유가 기회로 이해된다면 적극적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선택 능력으로 이해되며 개인의 자아실현에 장애가 되는 사회 구조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 간섭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국가가 등장하게 된다.
2. 평등의 의미 해석과 유형
① 기회평등과 결과평등
'평등'은 어떠한 모양과 형태 혹은 속성 때문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 가치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의미해석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회의 평등'은 소극적 자유와 결합되는 평등 개념으로서 만인에게 모든 사회적 지위와 직책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기회의 균등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남다른 자질을 가지고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경쟁의 결과는 뻔한 것이다. 따라서 기회의 평등은 형식적 평등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이에 반해 '결과의 평등'은 적극적 자유와 결합되는 평등 개념으로서 만인에게 개인의 자아실현에 필요한 경제·사회적 평등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은 분배적 정의의 법칙에 있어서도 각기 실적에 따른 분배와 필요에 따른 분배를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적에 따른 분배원칙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에 대한 자신의 공헌도에 따라 자신의 몫을 가지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경제적 불평등은 필연적이며 당연한 것으로 본다. 반면에 필요에 따른 분배 원칙은 만인이 평등한 욕구 내지 필요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물질적 가치도 똑같이 분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실적 원칙이 강조하는 개인적 자유와 효율성을 감소시킨다.
이렇게 볼 때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각기 자유와 평등을 편향되게 추구한다는 단순한 주장은 엄밀히 말해서 전자의 소극적 자유와 기회의 평등의 결합에 대한 후자의 적극적 자유와 결과의 평등의 결합 간의 대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국가가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주장도 엄밀하게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조화 및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의 조화를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복지 국가가 분배적 정의에 있어서도 실적에 따른 분배와 필요에 따른 분배의 원칙을 조화시킴으로써 만인의 기본적 필요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면서도 그 이상의 필요에 대해서는 시장을 통한 실적 원칙을 존중하고 있는 이유이다.
② 절대적 평등과 상대적 평등
절대적 평등은 선천적, 후천적 속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인간을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발과 결과를 똑같이 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재산, 성별, 능력, 직업, 교육 수준 등과 상관없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누구에게나 한 표의 선거권을 주는 경우라 하겠다.
반면 상대적 평등은 성별, 체력, 능력 등과 같은 선천적인 조건의 차이나 직업, 재산, 교육 수준 등과 같은 후천적인 차이를 고려해 능력과 공헌도에 따라 차등 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차이에 따른 합리적 차별은 공정하다고 보는 견해인데, 예를 들면 연봉제나 성과급제처럼 개인의 업적에 따라 각기 다른 봉급을 책정하는 경우다.
요컨대 절대적 평등은 절대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고, 상대적 평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해서 합리적인 차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개념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완적인 개념으로 보는 게 마땅하다.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인권이나 정치적 권리 등은 절대적 평등권이 적용돼야 하며, 사회경제적 분야에는 상대적 평등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선천적, 후천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 평등은 또 다른 의미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개개인의 차이와 능력에 따른 상대적이고 비례적인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실질적 평등이라 한다. 실질적 평등은 실질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일례로 '여성할당제'는 현재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보장해 남녀 간의 실질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평등은 무조건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평등이란 개념은 상대적 평등, 비례적 평등을 의미한다. 출발점이나 결과를 같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행과정에서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3. 자유와 평등의 조화
자유와 평등은 자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목표인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최고 이념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유와 평등이 보장돼야 한다. 자유와 평등은 상호 보완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 대립하고 충돌한다. 자유가 커지면 평등을 유지하기 힘들고, 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자유를 무제한으로 허용할 경우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지게 될 것이며, 결국 약자들은 비참한 생활을 면치 못하게 된다. 반대로 지나치게 사회적 평등을 강조하다 보면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부자들의 재산을 세금으로 환수해 빈자들에게 분배한다면 평등사회를 이룰지 모른다. 하지만 누가 애써 부자가 되려하겠는가. 결국 경쟁력이 떨어져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자유는 평등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평등 역시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와 평등은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잘못됐으며 '자유와 평등은 반드시 양립해야 한다'가 옳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자유와 평등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견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를 통해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평등을 통해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지다.
·출제경향
이번 주제는 기회의 평등과 실질적 평등에 대해 묻거나 경쟁의 공정성을 논하는 문제, 적서 차별과 남녀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차별에 대한 견해를 서술하는 문제, 능력의 다름이 능력의 우열로 연결되는지를 묻는 문제 등 그동안 자주 출제된 내용이다. 분배정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개인과 사회의 관계, 효율성과 형평성과도 관련이 있어 정확한 개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관련교과
정치 Ⅰ-2-(2)단원 인간존중의 이념
법과 사회 Ⅳ-1-(2)단원 평등권
시민윤리 Ⅰ-3-(1)단원 민주시민의 기본가치
윤리와 사상 Ⅲ-3-(1)단원 자유민주주의의 쟁점
윤리와 사상 Ⅳ-3-(2)단원 민주적 도덕공동체의 실현조건
경제 Ⅳ-1단원 국민경제의 흐름
·기출문제
2004년 고려대 수시1
2006년 서울대 정시
2007년 건국대 수시2
2007년 중앙대 수시1
2008학년도 연세대 예시1차
2008학년도 경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