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규 전 단장 “롯데 사장·단장, 야구 알고 소신 있는 사람 골라야 우승 가능”

최근 롯데 비판 인터뷰로 인기 92년 우승 주역 송정규 전 단장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2019-07-25 18:53:31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쓴소리 맨’인 송정규 전 단장이 25일 부산 사직야구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쓴소리 맨’인 송정규 전 단장이 25일 부산 사직야구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해는 1992년이다. 그해 롯데 단장을 맡았던 사람은 송정규(67·전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씨다. 그가 최근 ‘핫’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가 2019프로야구 전반기에 꼴찌로 전락한 상황에서 그가 인터넷과 유튜브 등에서 여러 매체와 가진 인터뷰 때문이다.

26일 프로야구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송 전 단장을 만났다. 역시 그의 입에서는 사직야구장을 다 녹여버릴 수 있는 뜨거운 용암 같은 이야기들이 줄줄 흘러나왔다.

1990년 책 출간 계기로 맡아

첫해 4위, 이듬해 ‘정상’ 기적 일궈

“감독 연봉 싼 사람만 찾고

구단에 대들지 않는 사람만 기용

그룹 간부 구단발령도 중단해야”

“선수들 스타의식으로 거품 많아

감독 지시 거부·불평에 희망 없어

팬들 납득할 수 있는 야구 하자”

송 단장은 야구 명문 경남고와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선장, 투자회사 사장, 모교 외래교수, 한국해사법학회 회장,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38세이던 1990년 〈필승전략-롯데 자이언츠 탑 시크리트〉라는 책을 썼다. 솔직히 지금 보면 그렇게 빼어난 책이 아니지만, 야구 전문서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당시에는 획기적인 서적이었다.

책 덕분에 송 단장은 당시 롯데 신준호 구단주로부터 단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많은 아이디어를 내면서 첫해 4위, 이듬해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궜지만, 롯데와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당시 사장과의 갈등 등 때문에 결국 구단을 떠나야 했다.

송 단장은 “최근 내가 갑자기 뜨게 된 것은 롯데의 부진이 일시적인 게 아니고 구조적이라는 팬들의 절망적 아우성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 등을 본 지인들은 ‘당신이 사장 돼야 롯데가 우승한다’고 말한다. 팬들이 그만큼 기대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송 단장은 롯데의 문제점을 야구단의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구단주는 그룹 문제로 바빠 최근 야구에 관심을 가질 틈이 없었다. 롯데 야구를 전혀 모르는 비전문가를 사장, 단장으로 앉혀 놓고 챙기지 않으니 돈만 많이 쓸 뿐 구단 운영의 ‘가성비’는 엉망이다. 방향에 일관성이 없다. 사장, 단장은 평생 롯데 문화에 젖은 사람이다. 야구단 개선을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감독도 연봉이 싼 사람만 찾는다. 구단에 대들지 않는 사람만 기용한다. 이렇게 하는 바람에 감독을 해마다 바꿔 손해 본 게 얼마나 되나. (사장, 단장이)소신이 없어서 그렇다. 연봉 5억 원짜리 감독을 쓸 용기,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단장은 “그룹 간부를 야구단에 보내는 방식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구단주가 직접 챙기지 못하면 구단주의 ‘특명전권’을 받은 사장, 단장을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 사장, 단장이 원하는 코칭스태프, 선수를 고르고, 팀 컬러를 만들 수 있다. 야구를 알고 소신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 단장은 선수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롯데 선수들에게는 거품이 많다. 부산 시민들이 야구를 좋아해서 선수들을 아끼는 마음을 많이 표현한다. 선수들은 스타의식에 젖으면서 ‘의무’에는 소홀한다. 감독이 보내기 번트하라고 지시하는 걸 거부하거나 불평하는 선수를 갖고 어떻게 우승할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송 단장은 “감독은 비정해야 한다. 선수랑 타협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무한신뢰의 야구’라는 말을 한다. 거기에 빠지면 안 된다. 특정 선수에게만 무한 신뢰를 보낼 경우 피해는 팀이 본다. 어떤 감독은 ‘형님 리더십’이라는 말도 한다. 이런 표현은 독약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은 냉철한 시각을 갖고 선입견을 버리고 선수를 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스타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 구단의 선수 관리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롯데에만 들어오면 제대로 된 선수도 망치는 게 현실이다. 신인들은 물론 자유계약선수로 데려온 투수 윤길현, 손승락 등도 마찬가지다. 롯데를 떠나면 잘 하는데 롯데에 오면 다 못한다. 굿을 해야 할 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해야 하지만 감독의 작전, 선수들의 플레이, 구단 운영 모두 엉망이다. 다들 ‘이게 뭐야’하며 깜짝 놀란다”고 개탄했다.

송 전 단장은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이 ‘대상무형(大象無形)’이라는 말을 했다. ‘노력하면 미래가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관습, 규칙을 파괴하고 새로운 혁신을 택하면 무한하게 발전한다는 이야기다. 롯데 야구단도 이처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일은 되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3년 이내 우승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야구단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진 사장이 취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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