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잭의 은밀한 가스라이팅, 아내 벨라의 선택은?

극단 아센 심리 스릴러물 '가스등'
가스라이팅 작동 원리 곱씹어보기
17일까지 부산 하늘바람소극장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5-08 16:16:52


극단 아센의 심리 스릴러물 '가스등' 공연 모습. 극단 아센 제공 극단 아센의 심리 스릴러물 '가스등' 공연 모습. 극단 아센 제공

다른 사람의 심리 상태나 주변 상황을 반복적으로 조작해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못 하게 하는 언행을 일컫는 신조어 가스라이팅(gaslighting). 범죄학적 용어로는 ‘세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말은 연극 ‘가스등’(gaslight)에서 유래했다. 정확히는 영국의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1904~1962)이 1938년에 발표한 희곡 <가스등>이다. 2000년 창단한 부산의 ‘극단 아센’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 ‘현대 고전 명품연극 작품전!’ 여섯 번째 공연으로 심리 스릴러물 ‘가스등’을 무대에 올렸다.

극단 아센의 심리 스릴러물 '가스등' 포스터. 극단 아센 제공 극단 아센의 심리 스릴러물 '가스등' 포스터. 극단 아센 제공

배경은 1880년 런던의 한 중상류층 저택. 남편 잭은 물건을 숨겨두고는 제대로 찾지 못하는 아내 벨라를 미친 사람 대하듯 몰고 간다. 잭의 교묘한 기만과 속임수가 반복되면서 아내 벨라는 자신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분열증이 있다고 믿는 지경에 이른다. 벨라는 심지어 잭이 챙겨주는 약까지 받아먹으며 회복하려 노력하기도 했지만 쉽게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남편 잭의 은밀한 작업은 은퇴한 경찰관 러프에 의해 밝혀지고, 벨라는 자신의 분열증이 남편에 의해 조작된 것임을 깨닫고 복수를 결심한다. 과연 아내를 미친 사람으로 몰아간 잭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극단 아센의 홍영미 기획은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비교적 최근에 이슈화됐지만 실상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면서 “연극 ‘가스등’을 통해 현재까지 끈질기게 논란을 낳는 가스라이팅이 우리 삶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단 아센의 심리 스릴러물 '가스등' 공연 모습. 극단 아센 제공 극단 아센의 심리 스릴러물 '가스등' 공연 모습. 극단 아센 제공

‘가스등’은 해밀턴의 원작을 바탕으로 호민 대표가 연출을 맡아 재구성했다. 창단 멤버인 구민주(하늘바람소극장 대표·벨라)를 비롯해 양성우(잭), 이현옥, 임수연, 호민(러프)이 무대에 선다. 지난달 막을 내린 제43회 부산연극제에서 우수 무대예술상은 받은 김유리라가 무대디자인을 맡았다. 5월 17일까지 남구 하늘바람소극장. 공연 시간은 중간 휴식 없이 90분간 이어진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5시. 관람비는 균일 3만 원. 중·고등학생 및 15명 이상 단체(1만 2000원), 남구 주민(주민등록증 지참, 1만 원)은 할인가를 적용한다. 예매 티켓링크. 문의 051-504-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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