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5-08 09:00:00
"13년 전 첫 내한 때와 비교하면 음악이 빨라지고, 가벼워지면서도 발랄해졌습니다. 모던해진 사회에 걸맞게 속도감을 조금 올리기로 했습니다. 한국 관객은 수준이 높아서 대번에 알아차릴 겁니다. 유머 코드도 달라졌습니다. 개그적인 면에서도 사회 변화에 맞게 바꿨으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오는 7월 12일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시작해, 11월 부산 드림씨어터, 내년 1월 대구 공연으로 이어지는 국내 3개 도시 투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데이비드 영 뮤지컬 수퍼바이저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위키드’의 달라진 무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인공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와 엘파바 역의 셰리든 아담스가 두 마녀의 우정을 노래하는 넘버 ‘For Good’(널 만났기에)을 부르며 13년 만에 내한하는 ‘위키드’ 개막의 기대감을 높였다.
‘위키드’는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난 마녀 엘파바와 인기 많은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에선 2012년 초연했다. 브로드웨이팀의 부산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의 프로듀서를 맡은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위키드’의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 기념 투어가 진행 중이고, 한국 관객에게 오리지널 브로드웨이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최고의 창작진과 배우들을 캐스팅하려 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공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변화의 신호탄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신 대표는 “‘위키드’에서 진정한 마법은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누가 정해 놓은 길이 아닌 내가 선택한 삶의 첫발을 내딛고 한계에 도전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모두를 ‘초록 홀릭’으로 몰아넣을 거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주연 배우도 이 작품이 오랜 흥행을 이어 가는 비결과 내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따돌림 당하거나 소외된 경험이 있다”고 고백한 셰리든 아담스는 “주요 무대에서 주연을 맡은 첫 데뷔작이기도 해 ‘위키드’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우리도 같은 공연을 하고 있고 있지만, 관객들도 좋은 반응을 해주는 게 영광이고 기쁘다. 일단은 곡이 좋지만, 이야기 자체가 복합적으로 잘 쓰인 작품이다. 여기에 세트, 의상 등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된 게 ‘위키드’의 흥행 비결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위키드’로 뮤지컬 첫 주연을 꿰찬 떠오르는 신인 코트니 몬스마는 “다른 사람과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게끔 가르쳐 준 작품”이라면서 “어떤 사회나 시대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강점이다. (‘위키드’의 배경인)오즈라는 장소는 사회에서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재미있는 곳으로 탈출구의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한국 관객들이 반겨준다는 소식에 머나먼 곳인데도 가족이 있는 것처럼 든든하고 행복하다”며 “글린다는 몸 개그가 많은 역할이라 한국 관객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 수퍼바이저는 2012년에도 지휘자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2012년 마지막 공연 때 출연자 출입구 앞 광경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마치 축구 팬들이 와 있는 것처럼 팬들이 모여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더라”며 “이번엔 부모님을 모시고 오든지, 자녀들 손을 잡고 오든지 꼭 다시 오셔서 좋은 기억이 다시 살아나게 해 주시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영 수퍼바이저는 “22년 전 초연 때 우리가 했던 이야기는 분명 시대를 앞서나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가 바뀌면서 더욱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위키드’는 <뉴욕타임스>가 “이 시대를 정의하는 뮤지컬”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작품성과 흥행 모두 잡은 작품으로 2003년 브로드웨이 초연 뒤 22년 동안 전 세계 16개국 70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히트작이다. 그동안 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브로드웨이 역대 흥행 2위에 올랐고, 2023년 4월 7486회 공연을 달성해 역대 최장기 뮤지컬 4위에 이름을 올렸다. 3개의 토니상을 포함, 드라마데스크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그래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 100여 개의 상을 석권한 바 있다.
이번 오리지널 내한에선 작사·작곡 스티븐 슈왈츠, 극본 위니 홀즈맨, 연출 조 만텔로 등이 참여한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공연된다. 여기에 토니상을 세 차례 수상한 무대 디자이너 유진 리, 토니상·드라마데스크상을 수상한 의상 디자이너 수잔 힐퍼티도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