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2025-05-08 23:46:15
원로 작가 윤후명이 8일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1946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며 시인으로 등단했고,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이 당선된 후 주로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다.
1969년 시 동인지 <70년대>를 창간했고, 1980년에는 소설가 이문열, 이외수 등과 소설 동인지 <작가>를 창간했다. 2000년대 초반 경기 파주시에 헤이리 예술마을을 조성할 때 참여하기도 했다. 책의 표지 그림을 직접 그리다 미술로도 표현의 영역을 넓혔다.
대표작으로는 1983년 작 소설 <둔황의 사랑>, 1992년 작 장편 소설 <협궤열차> 등이 있다. <둔황의 사랑>으로 1983년 녹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누란>으로 소설문학작품상, 1994년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로 현대문학상, 1995년 <하얀 배>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새의 말을 듣다>로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부산, 거제와도 인연이 깊다. 그는 군법무관이던 부친을 따라 부산에 살면서 부산진초등학교와 개성중학교를 졸업했다. 팔색조의 섬 거제에서도 1년간 산 적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팔색조의 섬’을 창작했다.
지난달 14일 부산 부산진구 갤러리 범향에서 개막한 ‘윤후명 문학그림전’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제자와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현장에서 윤 작가는 “내게 완성이란 없다. 끊임없이 걸어갈 뿐”이라며 “자기 안으로의 탐구는 외로움, 바깥으로 탐구는 그리움, 외로움과 그리움의 완성은 사랑”이란 말도 들려줬다. 또한 법은 인간을 구속하지만, 문학은 인간을 자유롭게 해방하는 거라고도 했다.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하는 모습에, 후배 작가와 관람객은 탄복하기도 했다.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윤후명의 대표 소설, 시집 한 권씩을 선정해서 읽고 11명의 작가가 완성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윤후명의 자화상, 시, 소설이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졌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별세 소식에 이 전시는 고인의 작품과 삶을 돌아보는 귀한 자리가 되고 있다.
2017년 세월호 참사 추모 공동소설집 <숨어버린 사람들>에도 참여했고, 202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로 뽑혀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공동 수상했다. 추계예대에서 겸임교수, 국민대 문예창작대학원에서 교수를 역임했고 한국문학원장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허영숙 씨, 자녀 하나내린·하나차린·하나그린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