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5-05-06 19:20:00
부산에서 올해 처음 선보인 세계라면축제가 부실한 행사 준비와 운영으로 방문객들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편의점보다 적은 라면 종류와 잇따른 공연 취소에 실망한 방문객들은 티켓 환불을 요청하거나 중고 거래 플랫폼에 되파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H사 등은 지난 2일부터 오는 11일까지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2025 세계라면축제’를 열고 있다. 주최 측은 올해 처음 열린 이번 축제에서 국내 대표 라면 브랜드를 비롯해 일본·태국·베트남·미국·프랑스 등 전 세계 15개국 이상의 다양한 라면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고 홍보했다.
주최 측은 글로벌 프리미엄 라면 브랜드 시상식인 ‘미슐랭 브랜드 대상’을 비롯해 일반 참여자들의 창작 요리 경연대회 ‘라면요리왕 선발대회’, 라면 시식 토너먼트 ‘라면파이터’ 등 다양한 공연·체험 콘텐츠가 마련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입장료는 1인당 1만 원이다.
그러나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막 닷새째인 6일 오후 5시 기준 포털사이트 관람 평점은 0.75점(5점 만점)을 기록하며 비판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뜨거운 물이 부족해 라면을 먹기 위해 30분 이상 대기 했고, 라면 종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서구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라면 종류가 신라면, 오징어짬뽕, 삼양라면 등 국내 라면 3종, 동남아 라면 3종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라면을 너무 좋아해서 어린이날 기념으로 멀리까지 찾아갔는데, 그늘막 하나 제대로 없는 땡볕 아래서 볼거리, 놀거리가 부족해 난민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행사 자체가 너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함께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은 무료였더라도 실망스러웠을 행사에 돈까지 냈다는 사실에 더욱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서 방문한 한 40대 남성은 “일부러 행사 첫날에 일찍 방문했는데 정수기엔 뜨거운 물도 안 나오고, 진열대 선반에는 라면이 듬성듬성 놓여 있어 준비가 아예 되지 않은 것 같았다”며 “4인 가족이 낸 4만 원이 아까웠지만, 더 아까운 건 그 곳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한 시간도 안 돼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축제는 유료가 아니라 무료 행사여도 참담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행사 운영도 미흡했다. 주요 행사인 초대가수 공연과 EDM 파티 등이 취소됐지만 홈페이지에는 관련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불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한 방문객은 “연휴에 고생해서 운전해 갔는데, 행사는 외딴 곳에서 열렸고 바닥은 울퉁불퉁하게 패여 있어 넘어지는 사람까지 생겨 결국 구급차가 출동했다”며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고 축제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입장료 전액 환불해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장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공유됐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공터 바닥에 라면 박스가 흩어져 있고, 바람에 박스가 날리는 모습도 담겼다. 진열대에는 라면이 듬성듬성 놓여 있어 행사 준비가 전반적으로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여론이 확산하자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는 축제 티켓을 되판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정가 1만원 짜리 티켓은 현재 장당 3000~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와 인스타그램에는 ‘악평 후기’를 접한 예매자들의 취소 인증 글도 잇따른다. 한 이용자는 “안 좋은 평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괜히 시간, 돈 낭비할 것 같아서 취소했다”는 글을 남겼다.
축제는 당초 4월께 부산 북항 제1부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과 주관사, 부산시와의 협의 문제로 일정과 장소가 한 차례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행사 준비 기간이 촉박해졌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운영 미흡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최 측의 무책임한 대처를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6일 오후 기준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된 전화번호는 연결이 차단된 상태다. 〈부산일보〉 취재진 역시 주최 측의 공식 연락처를 통해 수차례 유선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