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3-12-09 07:00:00
부산 새영남해외여행사 정경해 대표는 오래 전 고객 20여 명을 인솔해 외국으로 출국하려다 겪은 일을 잊지 못한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권을 발급받으려다 큰 곤욕을 치렀다. 고객 중 1명이 여권을 갖고 오지 않은 것이다.
고객을 남겨두고 갈 수 없었던 B 대표는 “가족에게 전화해 부산 김해공항에 가서 항공사 직원에게 여권 전달을 부탁하라”고 했다. 항공사 직원은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고객에게 여권을 김포공항까지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B 대표는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달려가 겨우 여권을 받았다. 그는 이런 ‘긴급 수송 작전’ 덕분에 모든 고객을 데리고 출국할 수 있었다. 항공기 탑승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정 대표는 “외국으로 출국하려는 사람이 여권을 들고 오지 않아 공항의 항공권 발급 창구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경우는 적지 않다”며 웃었다.
특히 ‘옛 여권’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여권을 대신해 새 여권을 발급받아 놓고 공항에는 정작 새 여권 대신 효력이 없는 옛 여권을 들고 온다는 것이다. 그는 “훼손된 여권 소지자도 비행기에 탈 수 없다. 여권이 손상되면 재발급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이런 일을 겪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 대표는 “이제는 과거처럼 ‘긴급 수송 작전’을 펼치지 않아도 된다. 장기체류 등을 목적으로 비자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항에서 ‘긴급여권’을 발급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긴급여권이란 ‘긴급한 사유로 발급하는 비전자여권’인데, 한 번만 쓸 수 있는 단수여권이고 유효기간도 1년이다. 긴급여권 발급 대상은 전자여권을 발급 또는 재발급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고, 여권을 긴급히 발급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다.
긴급여권은 공항이나 공항 인근 지방자치단체 청사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공항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여권민원센터에 가면 된다. 김해공항의 경우 인근 강서구청, 대구의 동구청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긴급여권을 신청하려면 긴급여권 사유서, 여권발급 신청서 1매, 여권용 사진 1매, 신분증, 가족관계기록사항 증명서 등 서류를 제출해야 된다. 수수료는 5만 3000원이다.
하지만 누구나 긴급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본인인지 확인할 수 없을 경우 긴급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다. 따라서 여행할 때 여권 이외에 다른 신분증을 따로 챙겨 가는 게 좋다.
최근 1년 이내에 두 차례, 최근 5년 이내에 3차례 이상 여권을 분실한 사람은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다. 또 신청에 앞서 입국하려는 나라에서 긴급여권을 인정해 주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관건은 긴급여권 발급에 두 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다. 항공기 탑승 시간이 임박해 공항에 도착할 경우 긴급여권조차 신청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제선 항공기를 타려면 출발 3시간 이전에 공항에 도착하라는 이유는 이것으로도 설명된다.
국제선 항공기 탑승에는 여권이 필요하지만 국내선 탑승에는 반드시 신분증이 필요하다. 만약 신분증을 가져가지 않거나 신분증이 훼손돼 본인 여부를 확인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당연히 이럴 경우에도 대책은 있다. 먼저 공항 근처 주민센터를 찾아가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는 방법이 있다. 또 항공사 직원과 함께 공항의 무인 24시 민원발급기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갖고 있을 경우 정부 24 앱을 다운로드받아 본인이라는 걸 입증하거나, 모바일 운전면허증 등이 있으면 된다. 금융기관이나 공항에서 사전에 생체정보를 등록했다면 달리 걱정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