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2024-05-14 20:41:00
부산시가 북항 제1부두 물류창고에 추진 중인 스타트업 파크는 ‘창업허브 구축·세계유산 등재·복합문화 공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조성될 예정이다. 국내 최초 근대식 부두이자 첫 개항지였던 제1부두의 역사성에 최첨단 창업 생태계를 입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부산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의 ‘스타시옹F’ 만든다
시가 추구하는 스타트업 파크의 모델은 프랑스 파리의 ‘스타시옹F’다. 스타시옹F는 오래된 철도역을 재개발한 공간으로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린다. 외부 골격은 유지한 채 문화시설로 리모델링에 성공해 철도역의 가치와 의미는 보존하면서 혁신을 이끄는 유럽 스타트업의 중심지다. 입주 기업 3분의 1이 해외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네이버도 들어서 있다. 스타트업 파크는 지역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창업 공간 구성에서 지역 창업 생태계 기반 조성으로 정책 방향을 확대한다. 단순히 입주하는 창업기업을 위한 오피스를 모아두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 파크를 거점으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공기관과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 창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말이다. 또 해당 도시 지역의 지구단위계획 등과 연계해 청년들이 스타트업 파크에서 일하고 즐기며 생활할 수 있도록 편의·문화시설을 조성해 시민들이 함께 즐길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스타트업 파크는 북항이라는 부산의 핵심 지역에 각종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다양한 특구 제도·부처별 관련 정책이 연계된 스타트업 클러스터”라며 “부산의 신성장 마중물일 뿐만 아니라,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혁신 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 유산이 될 스타트업 파크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는 제1부두를 활용하는 만큼, 스타트업 파크 조성의 또다른 핵심은 ‘유산의 재창조’다.
제1부두는 대한제국의 첫 개항지이자,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1970~80년대에는 수출입 물동량 적치 공간으로 부산 경제 성장의 중심이었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부산의 역사가 담긴 장소가 최첨단 문화창업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시는 이런 제1부두의 역사성을 지속적으로 스토리텔링해 세계문화유산 최종 등재까지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제1부두의 등록 문화재 추진, 기초 원형조사 등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된 행정 절차와 병행해 스타트업 파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내부 공간 디자인도 원형 보존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바닥 보존을 위해 필로티나 플로팅 구조를 적용하는 등 역사적인 공간을 보전하기 위해 외형적 형태를 최대한 살린 디자인으로 설계할 것”이라며 “최종 목표는 청년들이 제1부두에 찾아와 부산의 역사성을 느끼면서 창업 및 문화 활동을 하는 랜드마크 조성”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 파크에는 각종 미디어 시설을 통해 세계유산 홍보 콘텐츠가 상시 전시될 예정이다. 제1부두를 중심으로 ‘피란수도 부산’ 유산 홍보센터를 설치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제1부두를 둘러싼 기대와 불안감
스타트업계는 시의 스타트업 파크 유치 도전을 두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업계는 북항에 스타트업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고 줄곧 말해 왔다. 투자사 미팅 등 수도권과 왕래가 잦은 지역 업계의 특성상, 북항은 부산역과 가까워 지리적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 창업 프로그램 대다수가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으나, 스타트업 파크의 경우 환경적 요인이 우수해 성공 가능성이 높고 파급 효과도 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화계에선 1부두 개발에 대한 불안감도 나온다. 세계유산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추진 안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유산에 손을 안 대는 게 좋은데, 약간 성급한 결정인 것 같다”며 “지난해 도서관 안건과 다르게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추진돼 유산 등재에 조금 더 나은 조건이긴하지만, 원형 훼손이 없도록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세계유산 등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 관계자는 “시에서 문화재청과 협의해 스타트업 파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최근에는 세계유산의 지역 공동체와 상생, 지역 주민의 활용 부분이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다. 시와 잘 협의해 등재까지 절차적 문제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중기부 공모 탈락 시에도 1부두를 활용한 창업 생태계 활성화 사업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비와 참여 기관들의 출연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 무리 없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