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통 살인’ 피해자 신상까지 노출…무분별한 정보 양성소 논란

불특정 다수 문서 작성·편집해 무분별 공개
사실관계 제대로 확인 안 된 내용 다수 포함
경찰 “삭제 요청 필요 검토, 일단 수사 집중”
유족 충격 가중…“방심위에 조치 주문해야”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2024-05-15 13:14:57

나무위키 공개된 태국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 관련 가·피해자 개인정보 내용. 나무위키 캡처 나무위키 공개된 태국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 관련 가·피해자 개인정보 내용. 나무위키 캡처

잔혹한 범행 수법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과 관련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한 웹사이트를 통해 무분별하게 퍼져 논란이다. 피의자 3명의 신상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정보까지 일반에 노출되면서 유족 등에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당장 관계당국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5시 51분 지식정보 사이트 ‘나무위키’에 ‘태국 한국인 관광객 납치 살해 사건’이라는 문서가 처음 등록됐다. 나무위키는 불특정 다수가 공동으로 문서를 작성·편집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다.

해당 문서는 15일 오전 11시 기준 신원을 알 수 없는 정보 기여자들로부터 총 150여 번 수정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문서 머리글에는 ‘이 문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사고의 자세한 내용과 설명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개요 △사건 과정 △용의자(검거 과정, 범행 동기) △여담 △관련 보도 등으로 목차를 나눠 상당히 자세하게 내용을 정리했다. 사건 발생 일시를 ‘2024년 5월 4일’이라 하고 있으며, 피의자 3명과 함께 피해자의 ‘이름·나이’도 밝히고 있다. 다수 정보가 현지 매체의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범행 동기 부분에는 ‘피의자들이 주장하는 마약 관련 내용은 불필요한 겁박·교란 작전으로 보이며, 면식 관계가 아닌데도 살인을 저지른 점과 이들의 전과 이력 및 조폭설 등으로 보아 우발적 충돌을 참지 못한 범죄에 무게가 실린다’는 취지로 서술해 뒀다.

이는 국내 경찰의 수사보다 상당히 앞선 내용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진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피의자 3명은 이달 초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피해자 A(30대)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200L짜리 드럼통에 담아 시멘트로 채워 호수에 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정황상 범행 시점은 3~4일 사이로 추정되며, 검거된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탓에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피의자가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피의자가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중이 이용하는 나무위키에서 익명의 개인들에 의해 사건 정보가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나무위키도 게재된 문서마다 ‘나무위키는 백과사전이 아니며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적이거나, 잘못된 서술이 있을 수 있다’며 면책 조항을 붙여놨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일째 피해자의 신원도 함께 전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서의 수정 기록에 A 씨 얼굴과 이름, 나이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엽기적인 범행 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마당에 피해자가 특정되면서 유가족들의 충격은 더욱 헤아리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경남경찰청은 곧장 정보 삭제 요청 등을 취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나무위키 내용에 대해)삭제 요청이 필요한지, 어떤 법률에 저촉되는지 등을 살핀 뒤 판단할 방침”이라며 “우선 수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반면 유족 보호차원에서라도 피해자의 민감 정보는 차단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경찰대 한민경 범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 문화와 달리 피해 사실이 사회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정보가 도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태국에서 내용을 가져왔더라도 사실적시·허위사실·사자 명예훼손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보이고, 관련 정보가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적절한 조치를 주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