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4-08-13 07:00:00
파리 올림픽이 끝났지만 저마다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은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세대가 일상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운동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부상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선수 트레이닝과 스포츠의학을 전공하고 대한스포츠의학회 이사와 한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리서치센터 의과학연구국장을 맡고 있는 동아대 체육학과 전형필 교수의 도움말로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운동하는 법을 알아본다.
■어디를 어떻게 왜 다칠까
'2023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운동 중 상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비율은 5.2%로, 2021년 2.5%, 2022년 4.8%에 이어 꾸준히 증가했다. 스포츠안전재단이 2019년 실시한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생활체육인의 경우 부상 부위는 발목(38.1%), 무릎(20.5%), 손가락(11.1%), 손바닥(10.4%), 손목(9.8%) 순으로 나타났다. 부상 종류는 염좌(삠)가 53.9%로 가장 높았고, 좌상(타박상) 29.9%, 찰과상(긁힘) 27.9%, 골절 8.5%, 열상(찢어짐) 7.6% 등이 뒤를 이었다.
부상의 직접적인 이유로는 무리한 동작(47.1%)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미끄러져 넘어짐(24.5%)이었다. 특히 생활체육인은 평소에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하는 경우가 각각 59.3%, 38.4%로, 전문체육인(각각 93.2%, 85.5%)보다 현저히 낮았다. 종목에 맞는 복장과 안전기구를 착용(50.3%)하거나 자신의 운동 수준을 파악한 후 운동을 한 비율(51.6%)도 절반에 불과했다.
■운동 단계별 주의 사항은
운동 전 충분한 준비 운동은 부상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높이는 스트레칭의 역할이 크다. 전형필 교수는 "스트레칭을 하면 관절 가동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혈액 순환을 촉진해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신경과 근육의 연결이 활성화돼 근육의 반응 속도와 조절 능력이 향상된다"며 "이를 통해 운동 수행 능력이 올라가고 부상 발생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준비 운동에는 특정 종목에 주로 사용하는 근육과 관절을 중심으로 본 운동의 동작보다 낮은 강도로 가볍게 움직여주는 동적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다. 척추를 중심으로 상하반신이 분리 회전하는 골프라면 경추나 흉추, 요추를 회전해 가동 범위를 확보하는 동작이 도움이 된다.
마무리 운동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젖산과 같은 피로 물질을 해소해 근육통을 줄인다. 스트레칭 중에는 근육을 늘린 상태로 15~30초간 유지하는 정적 스트레칭이 마무리 운동에 좋다.
운동을 할 때는 정확한 동작과 본인의 신체 수준에 맞는 운동(양과 강도)이 핵심이다. 전 교수는 "모든 운동은 전문가의 코칭을 통해 정확한 자세로 동작을 수행하면서 본인의 체력에 맞게 점진적으로 운동량과 강도를 올려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 두 가지를 지키지 않으면 운동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관절과 근육에 부담을 주게 돼 부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 무게를 높였다가 다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자세가 무너지면서 어깨나 허리, 무릎 등에 통증이나 염좌, 심할 경우 탈구(빠짐)나 파열(터짐) 등이 발생한다. 영상을 보고 하는 요가나 필라테스 홈트(홈 트레이닝) 또한 개개인의 체형이나 체력, 약하거나 통증이 있는 부위 등을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하다가는 부상을 입기 쉽다.
걷기 운동도 마찬가지다. 전 교수는 "매일 만 보씩 걷는데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기만 하다는 분들이 있다. 올바른 걷기 자세를 정확하게 알고 내 자세에서 어디에 초점을 둘지 의식하면서 걸어야 걷기가 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할 때만 운동하면 안 돼
일주일에 한두 번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지만 그 시간 외에 평소에는 근력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부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5분이라도 스트레칭을 하고, 일상 속에서 짬짬이 근력 운동을 해야 부상에 강한 몸이 된다.
스쿼트처럼 잘 알려진 동작 외에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는 까치발을 들었다 놓는 카프레이즈나 한 발로 균형을 잡는 외발 서기, 누워있을 때는 똑바로 누워 엉덩이를 들어올리는 힙브릿지나 엎드려서 상체와 하체를 들어올려 버티는 슈퍼맨 자세 등을 할 수 있다. 날개뼈를 모으고 가슴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과 클램셸, 힙어브덕션, 프로그 펌프처럼 둔근 근력을 강화하고 고관절 가동성을 향상하는 운동도 권장한다.
날씨 같은 외부 환경과 장비도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운동을 하기 30분~1시간 전부터 운동 도중 15~20분마다, 운동 후까지 지속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탈수 증상과 근육 경련 등 위험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무더위에도 실외 운동을 해야 한다면 온도뿐 아니라 습도와 바람 등 정보를 확인하고 땀 배출이 잘 되는 기능성 옷감의 밝은 색 옷을 입는 게 도움이 된다. 달리기를 할 때는 자신의 발 모양과 상태에 맞는 러닝화를 잘 선택해야 한다.
동아대 체육학과 전형필 교수는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운동하려면 처음 동작을 배울 때만이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본인의 신체 능력과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체력에 자신이 있더라도 운동을 할 때는 항상 자신의 신체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금이라도 어지러움이나 답답함 같은 이상 증세가 느껴진다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