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계획’ 배두나 “극악무도 범죄자, 감옥행만으론 부족”

브레인 해킹 능력 가진 영수 역
생전 처음 해보는 연기에 도전
자신만의 연기 행로 개척해와
여전히 신인 같은 연기 하고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2024-12-10 13:51:06

배우 배두나가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배우 배두나가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장면 하나. 동그란 단발머리를 한 여자가 범죄 피해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들어 보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해결해 줄게요.” 응징 대상은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준 범죄자들. 이어 여자가 범죄자들에게 “피해자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 그 정도 지옥을 맛봐야겠지”라고 말하면 숨죽이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된다.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에선 배우 배두나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 무감각한 표정에선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지고,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은 작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아주 정의롭거나 완벽한 영웅은 아니지만, 뭔가 웃음이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에 끌렸다”며 “전작에서 사회를 꼬집는 ‘다음소희’를 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갔던 작품”이라고 했다.

배두나가 이 작품에서 연기한 ‘영수’에겐 브레인 해킹이란 특수한 능력이 있다. 뇌를 해킹해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영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자들에게 끔찍한 형벌의 기억을 새겨 넣는 ‘응징’을 한다. 배두나는 “공분을 일으킨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감옥에 가는 걸로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시나리오를 읽을 때 범죄자들이 피해자에게 준 고통만큼 형벌을 줄 수 있어 실제로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쿠팡플레이 ‘가족계획’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 ‘가족계획’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1999년 KBS2 드라마 ‘학교’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배두나는 성실하게 자신만의 연기 행로를 개척해왔다. 대표작만 해도 영화 ‘플란다스의 개’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 것’ ‘괴물’ ‘공기 인형’ ‘코리아’ ‘도희야’ ‘다음 소희’, 드라마 ‘글로리아’ ‘비밀의 숲’ ‘킹덤’ 등 셀 수 없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가 오기 전부터 국내외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연기 스펙트럼도 넓혔다. 봉준호 감독과는 ‘플란다스의 개’ ‘괴물’을 함께 했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도 출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워쇼스키 남매 등 거장 감독과도 작업했다. 지난해에는 배우 최초로 부일영화상에서 유현목영화예술상을 거머쥐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작품은 쉽지 않았단다. 배두나는 “일단 생각보다 잔인했다”고 웃은 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생전 처음 해보는 연기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 코도 빨개지고, 얼굴도 붓는데 그런 부분 없이 눈물만 딱 흘려야 했다”며 “그 자체가 하나의 도전 같았다”고 했다.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좋은 동료들과 함께한 덕분에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예전에 고레에다 감독님이 제 연기에 위트와 리듬감이 있다고 말해주신 적이 있어요. 최근 10년간 그런 연기를 할 기회가 없었죠. 저 사실 ‘B급’ 코미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피가 섞이지 않은 다섯 인물이 진짜 가족이 되는 이 작품의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어요.”

연기를 시작한 지 25년이 됐지만, 배두나는 생짜 ‘신인’이 한 것 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 온 연기를 복제하지 않고, 뻔하지 않게 변주해나가고 싶다는 의미다. 그는 “상상력과 결핍 덕분에 연기를 계속해나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배우인 제 모습이 좋아요. 연기를 하면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활기를 얻거든요. 지금도 촬영장에 들어갈 때면 주변에 ‘빰빰빰’ 배경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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