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만 다시던 BNK가을야구예금, 드디어 롯데 덕 보나 [비즈&피플]

롯데는 승리 적립, 롯데 팬은 금리 적립

롯데 암흑기였던 2007년
‘응원’ 마음 담아 판매 시작
최하위권 2016·2017년엔
6월까지도 예금 다 못 팔아
작년까지 ‘허풍 상품’ 핀잔도
중장년층 충성 가입자 많아
올해 승승장구 롯데 성적에
팬들 ‘우대금리 받나’ 기대감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2025-07-13 08:00:00

21세기 들어 한번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하지 못한 유일한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롯데를 응원하는 ‘가을야구예금’은 19년째 건재하다. 지난 7년간 가을야구(포스트시즌) 진출을 한번도 하지 못했던 롯데가 올해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가을야구예·적금 가입자들이 ‘드디어’ 롯데 덕 좀 보는 것이냐며 들떠 있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속는다는 생각으로 가을야구를 기대하고 있다”는 팬들에게 롯데는 가을야구와 우대금리를 함께 안겨줄 수 있을까. 10일 현재 롯데는 정규리그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BNK부산은행의 가을야구예·적금은 지난 3월 21일부터 팔기 시작했는데 적금은 24일 만인 4월 13일에, 예금은 5월 8일에 완판됐다.

BNK부산은행 개인고객부의 김민정(왼쪽) 과장과 김대철 부부장. BNK부산은행 개인고객부의 김민정(왼쪽) 과장과 김대철 부부장.

■ 가가 든 게 뭐라카드라?

가을야구예·적금은 부산은행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최장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때고’ 들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부산은행 개인고객부 김대철 부부장은 “롯데의 지난해 성적과 지난해 상품을 판매했던 속도를 감안해 그해의 구좌수나 한도액을 결정하고 특별판매로만 진행한다”고 말했다.

사실 올해처럼 롯데가 선전하면 부산은행은 이자를 더 줘야 해 눈물을 흘릴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이 상품 자체가 롯데를 같이 응원하는 부산은행을 홍보하기 위해 있는 것이고, 롯데가 잘할수록 부산은행의 홍보 효과도 커진다”면서 “또한 해당 상품은 수익이 목적이라기보다 부산 야구팬들을 위한 서비스, 지역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차원이라 롯데가 잘할수록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은행은 매년 ‘가을야구예금’ 판매 수익금 3000만 원(2021년까지 1000만 원)을 부산지역 유소년 야구 발전 후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 을매나 주는고, 이자는?

올해 가을야구예금의 경우 계약기간 12개월에 기본이율이 연 2.5%다. 여기에 롯데 승리기원 우대이율이 0.1%, 승리플러스 우대이율이 최대 0.1%(정규시즌 70승 이상 0.05%, 80승 이상 0.1%)다. 또 거래실적 우대이율이 0.2%, 반가운 손님 우대이율이 0.1% 적용돼 최대 3%의 이자가 지급된다.

더 인기가 높았던 가을야구적금의 경우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롯데를 응원한다. 기본이율 2.5%에서 시작해 우대이율은 최대 0.8%다. 롯데가 정규시즌에서 20승을 거둘 때마다 0.05%씩 금리가 올라가며, 정규시즌 롯데의 홈경기가 있는 날 사직야구장을 방문했다는 인증만 있어도 0.05%(최대 2회, 0.1%까지) 우대금리가 주어진다. 가을예금과 유사한 조건까지 합치면 금리는 최대 3.3%가 된다.

부산은행 개인고객부 김민정 과장은 “기존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우대금리를 줬는데 올해는 웬만하면 우대금리를 받아갈 수 있게 20승당 0.05%씩으로 혜택을 늘렸다”고 전했다. 올해는 그래서 상품 이름도 ‘롯데자이언츠 승리기원 예·적금’으로 바뀌었다.

■ 야가 그래 유명하나?

야구 응원부터 시작해 야구 문화를 선도하는 ‘구도 부산’이라 가능했다. 부산은행의 최초로 내놓은 가을야구예금이 인기를 끌자 광주은행과 대구은행에서도 지역 구단 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상품을 내놨다.

가을야구라는 말도 실은 롯데 팬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팬들이 “가을에도 야구하자”를 응원 구호로 쓰기 시작했고 이후 가을야구는 포스트시즌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또 부산은행이 가을야구 정기예금까지 출시하면서 가을야구라는 명칭이 일반화됐다.

롯데는 사실 시범경기부터 장마 시즌 전까지만 유독 잘해 이른바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웃픈’ 별명이 붙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때 예적금 상품 가입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 구년 아이라 십구 년이 됐다꼬?

부산은행의 가을야구예금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2000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롯데는 2001년이 되자 8위로 뚝 떨어져 2007년까지 무려 7년간 포스트진출에 진출하지 못했다. 롯데 암흑기에 “이런 응원이라도 해보자”며 등장한 가을야구예금 덕분인지, 롯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가을야구예금의 최종 판매일자를 보면 롯데 야구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실망감을 알 수 있는데, 롯데가 최하위권 성적을 면치 못하던 시즌의 다음 해인 2016년과 2017년의 경우 완판일이 각각 6월 2일과 6월 7일로 6월까지도 판매를 다 하지 못했다.

롯데는 2018~2024년 또 한 번 부진의 늪에 빠졌다. 7~10위 하위권의 성적을 거두며 7년 내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결국 부산은행 예금상품을 ‘허풍상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김 부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롯데 성적이 나빠 어파치 안 되는 거, 가을야구 상품이 의미가 있냐는 식의 핀잔과 항의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가을야구예금 계약금액은 1조 120억 원에 달해 최고치에 이르렀다. 김 부부장은 당시 금리가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 예금 들삐야 마, 주식 넣게 ‘아 주라’?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하고, 해외의 주식 전문가들도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고 있는 이때, 꿋꿋하게 가을야구예·적금을 유지하는 이들 중에는 중장년층이 많다.

가입자 송모(72) 씨는 “아들이 코인이나 주식에 넣어야지 예금은 왜 드냐며, 주식에 대신 투자해주겠다는 걸 거절했다”면서 “원금 보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입자 오모(55) 씨는 “아무래도 롯데 야구 성적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 금리가 젤 어렵다꼬?

은행 직원들도 은행 상품보다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빠져 있는’ 시대에 예·적금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직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신 트렌드에 늘 깨어 있어야 하고, 은행 상품에 가입하고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예민한 감각으로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

김 부부장은 “가장 힘든 일은 적정 금리를 책정하는 것”이라면서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고, 은행도 큰 손해는 안 보는 선에서 적정선을 찾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또 상품을 고민할 때만 해도 A가 유행했는데 출시할 때는 B로 유행이 빨리 바뀌어 있을 때도 난감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부장은 부산일보 독자들을 위한 상품 아이디어를 미리 귀띔했다. 김 부부장은 “야구 티켓 예매 자체가 전쟁이라 롯데팬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선예매권”이라면서 “시즌 초기 선예매권을 구입해 이를 예·적금 사은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하반기에도 롯데 성적이 괜찮으면 코리아시리즈 진출 관련 또는 우승기원 특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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