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7-10 18:06:50
봄은 일찌감치 지났지만 ‘봄데’ 롯데 자이언츠는 놀랍게도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8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3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꿈꿀 수 있다.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에 부산 야구팬들은 ‘기분 좋게’ 어리둥절하다. 후반기에는 한화 이글스가 독주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중위권 싸움은 치열하다. 뜨거운 순위 경쟁에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5 프로야구가 10일 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전 등 4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제 12일 대전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을 치르고 오는 17일 후반기 일정을 재개할 때까지 전국 야구장은 휴업에 들어간다.
롯데는 올 시즌 개막 전만 해도 5~6위 정도의 전력을 가진 팀으로 평가됐다. 부상 선수 관리를 잘하고 운이 따르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보인 롯데는 4월 중순부터 나아져 5월부터는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더니 결국 전반기를 3강에 포함된 가운데 마감했다. 롯데가 3위 이내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친 것은 2012년 2위 이후 13년 만이다.
롯데는 지난 9일 현재 47승 38패를 기록해 1999년(50승 28패)에 이어 전반기 최다승 2위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전반기(35승 41패·7위)와 비교할 경우 12승이나 많다. 롯데가 승수가 패수보다 많은 상태에서 전반기를 마친 것은 2014년(29승 1무 27패·5위) 이후 11년 만이다.
롯데가 올해 전반기에 선전한 가장 결정적 비결은 2할8푼대로 팀타율 1위에 오른 타력이다. 부상 선수가 속출했는데도 팀타율 1위를 차지한 것은 대체 투입된 중고참, 신인 선수들이 맹활약한 덕분이다. 기회를 노리며 구슬땀을 흘리던 내야수 이호준, 박찬형, 외야수 장두성, 김동혁, 한승현, 포수 박재엽 등의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에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반기에 30경기 이상 출장한 롯데 타자는 모두 17명이다. 10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도 12명이다. 레이예스는 타격 1위, 최다안타 1위에 올라 팀 타선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야구를 하면서 부상자가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이었다. (대체 출전한)선수들 덕분에 팀이 앞으로는 더 강해질 것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수진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팀 평균자책점은 4.7점대로 10개 팀 가운데 9위다. 3점 중반대인 한화, LG보다 1점 이상 높아 경기마다 미리 1점을 주고 경쟁하는 꼴이다. 평균자책점 상위 20위 안에 든 선수는 데이비슨(3.61)뿐이다. 후반기에 투수진을 어떻게 보강하고 운영하느냐가 롯데의 순위를 바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선전과 함께 올해 프로야구를 달군 팀은 막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팀 평균자책점 1위, 종합순위 1위에 오른 한화다. 4강에 들 수 있는 전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독보적 1위로 올라서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팀 이름이 빙그레 이글스였던 1992년 이래 33년 만에 전반기 1위다. 강력한 ‘원투 펀치’인 코디 폰세(11승)와 라이언 와이스(10승)가 나란히 10승 이상을 달성했고, 여기에 류현진과 문동주가 지키는 선발진은 10개 구단 최강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올 시즌 최고 마무리투수 김서현을 중심으로 김범수-한승혁-조동욱-박상원-김종수 등으로 이어지는 구원진도 막강하다.
한화의 선전과 함께 중위권 순위 경쟁도 치열하다. 2위 LG와 8위 NC 다이노스의 승차가 6경기에 불과하다. 4위 KIA와 NC의 승차는 3.5경기여서 후반기에 어느 팀이라도 잠시 흔들리면 곧바로 하위권으로 처질 수 있다.
한화, 롯데의 선전에 치열한 중위권 순위 다툼까지 겹쳐 올 시즌 전반기 관중은 사상 최초로 700만 명을 넘었고 750만 명도 돌파했다. 현재의 인기가 지속되면 올 시즌 예상 관중은 1200만 명으로 지난해 1088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