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 | 2024-12-23 13:51:23
경북 구미시가 보수단체 항의 집회가 예고된 가수 이승환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공연장 대관을 공연 이틀을 앞두고 취소 결정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라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 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라며 "하지만 이승환 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지난 10일 이승환 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라며 "그럼에도 이승환 씨는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라며 정치적 언급을 한 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과 언급에 구미지역 시민단체가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지난 19∼20일 두 차례 집회를 개최했다"라며 "자칫 시민과 관객의 안전관리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지역 민간 전문가와 대학교수 자문을 구했고 위원회 의견을 수렴했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문화예술회관의 설립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시는 이날 오전 9시께 ㈜하늘이엔티에 관련 공문을 발송하며 대관 취소 절차를 마무리했다.
콘서트 환불 등 반환금 문제는 추후 법률 대리인 등을 통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 하루 전인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른바 '탄핵 콘서트'를 펼쳤던 이승환은 오는 25일 구미 문화예술회관에서 35주년 콘서트 '헤븐(HEAVEN)' 순회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13개 보수단체는 19일 오후 2시께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의 공연을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 보수단체는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으로 경제와 정치가 위기에 몰린 이 중대한 시국에 (이승환은) 대중적 인기를 이용하고,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는 명목으로 구미에서 콘서트를 강행하려 한다"며 "구미시는 탄핵 찬성 무대에 올라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이승환 씨의 구미 콘서트 대관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보수단체는 공연 당일 항의 집회도 예고했다.
이에 이승환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단체의 집회 기사를 공유하며 “데뷔 이후 35년 만에 갖는 첫 구미 공연인데 안타깝다. 공연 당일 관객 안전을 위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법무법인을 통해 '콘서트에 참석할 팬들께서는 인근에서 예정된 집회 시위에 일체 대응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아울러 이승환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콘서트가 사실상 매진이라며 "티켓 상황이 가장 안 좋은 곳이었는데요, 감사합니다. 관객 여러분.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