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2024-12-26 10:31:56
부산에서 건널목을 건너던 70대 여성을 차량으로 친 뒤 도주한 6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사고 10시간 후 붙잡힌 60대 남성은 음주 측정에서 ‘면허 정지’에 가까운 수준이 나왔는데, 경찰은 사고 이후 술을 마셨다고 주장한 남성에게 음주 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당시 차량에 치여 도로에 방치된 여성은 다른 차량에 재차 사고를 당해 결국 숨졌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상 도주치사 혐의로 60대 남성 A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올해 10월 28일 오전 5시께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 70대 여성 B 씨를 차량으로 친 뒤 도주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사고부터 약 10시간 후 경찰에 붙잡힌 뒤 진행된 음주 측정에서 면허 정지 수준에 근접한 '훈방' 수준이 측정됐다. 그는 당시 “사고 이후인 오전 9시께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매해 반 병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가 사고 전날 술을 마신 점을 고려해 숙취 상태에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두 달에 가까운 수사 끝에 결국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시간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A 씨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취소’ 수준으로 봤다. 하지만 A 씨가 사고 이후 마셨다고 주장하는 음주량까지 포함하면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계산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모습은 CCTV 영상으로 확보했지만, 마시는 장면이나 버려진 술병은 찾지 못해 사고 후 음주량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범죄 사실에 음주 운전 혐의는 제외했지만, A 씨가 사고 후 술을 마신 데다 음주 운전이 의심된단 내용을 적시해 A 씨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술을 마신 운전자가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술을 더 마시는 이른바 ‘술 타기 수법’을 처벌할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