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4-12-25 18:08:30
내년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이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산의 경우 16년 만에 입주 물량이 가장 적을 정도로 ‘공급 절벽’이 예고된다. 아파트 공급 부족은 전셋값을 들어 올려 주거난을 심화하고, 장기화된다면 매매값을 폭등시키는 요인이 돼 적정한 수준의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5개 주요 시공사의 내년도 분양 예정 물량은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 6130가구(민간아파트 분양 기준·임대 포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이후 분양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0년(17만 2670가구)보다도 2만 6000가구 적은 수치다.
전국의 연간 분양물량은 2000년 이후 대체로 매년 20만 가구 이상을 기록했으나 2010년과 2023년(18만 5913가구)에는 그에 못 미쳤다. 실제 분양 실적은 애초 분양 계획보다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의 내년도 실제 분양 물량은 이번 조사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통계에는 분양 계획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의 물량 일부(1만 1000여 가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조사 대상인 25개 건설사의 분양 물량이 전체 민간 아파트 분양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분양 물량은 2~3년 이후 입주 물량이 되는데 분양 급감에 따라 입주 물량이 줄면서 주택 공급 시장에 쇼크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예정된 수도권 분양 물량은 8만 5840가구(59%), 지방은 6만 290가구(41%)로 수도권 쏠림 현상은 올해보다 더 심화할 전망이다.
부산의 경우 1만 8007가구가 분양 예정이라 지방에서는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르엘 리버파크 센텀(2070세대)과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 사업(1968세대), 사직 힐스테이트 아시아드(1068세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초 올 연말 분양을 예고했던 르엘 리버파크 센텀이 분양 시기를 미룬 것처럼 이들 단지도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이 언제든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부산은 아파트 공급 절벽이 심화하는 추세다.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내년 입주 예정인 부산의 신축 아파트는 9110세대로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 남구 등에서는 내년에 예정된 입주 물량이 한 건도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핵 정국 탓에 지방 부동산에 대한 투자 심리마저 꽁꽁 얼어 붙은 상황이다.
이는 실수요자들의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부산 지역 아파트값은 2022년 6월 셋째 주부터 상승 전환 없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셋값은 조금씩이나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2월 셋째 주 부산의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4% 올랐고, 올해 누적 전셋값 상승률은 0.3%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부산의 인구 감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작용하는 변수이고, 현재 부산시민들이 5~6년 이내에 움직이기 위한 아파트 물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로 인해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공급 부족이 계속 이어진다면 아파트값이 과거의 수준을 회복하는 이상으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