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황톳길… 지역 맞춤형 주민 공간 활용 [부산을 바꾸는 디자인]

9. 도심 배수지

부산 74곳 중 절반 접근 제한
구조 안전상 문제 사실상 방치
지역 발전·복지 ‘양대 축’ 고려
지리적 특색에 맞춰 개발 필요
민관 협력 거버넌스 논의 물꼬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4-12-25 18:16:44

디자인 전문가들이 지난 18일 부산 남구 용호1배수지에서 시민 여가·휴식 공간으로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디자인 전문가들이 지난 18일 부산 남구 용호1배수지에서 시민 여가·휴식 공간으로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8일 오전 부산 남구 용호동. 부산 시내 배수지 현황 파악을 위해 부산 디자인 전문가들과 용호1배수지를 찾았다. 배수지는 이기대공원 진입로 인근에 위치해 시민들의 왕래가 잦지만, 입구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배수지는 정수장에서 처리된 물을 저장해 가정과 산업현장 등에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물 저장소’다. 배수지는 잔디가 깔린 공터 위에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 2~3개가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언뜻 보면 주차장, 공원과 같은 모습이다. 저수조 등 주요 시설은 모두 지하에 조성되는 까닭이다. 용호1배수지 역시 지상부 약 600평에는 잔디가 깔려 있다. 1978년 조성된 이곳은 2004년 가동을 멈춰 20년째 허허벌판으로 놓여 있다.

동남권디자인산업협회 대외협력부 박영심 이사는 “별다른 안내문이 없으면 동네 사람도 이곳이 어떤 시설인지 알기 어렵다”라며 “인근 용호동 주민들은 1배수지를 공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지반 등 안전상 이유로 도심 내 장기 유휴 부지로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배수지 현황은

부산에는 이 같은 배수지가 16개 구·군 전역에 걸쳐 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총 74곳의 배수지 중 시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은 30곳 정도다. 나머지 44곳은 대체로 구조 안전상의 문제로 접근이 제한된다. 현재 가동을 하지 않는 배수지는 총 4곳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부산 곳곳에 주거지, 산책로와 가까워 활용도가 높은 배수지 공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김유준 과장은 “각 구군마다 있는 배수지를 지역 특색에 맞춰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입힌다면 주민 편익과 복지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역 특색에 맞는 ‘유형화’ 필요

전문가들은 배수지 공간을 각 지역과 지리적 특성에 따라 ‘유형화’해 개발·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획일적인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과 주민 만족이라는 ‘양대 축’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제안한다.

예컨대 도심지 내 접근성이 뛰어난 배수지라면, 서울 성동구 대현산 배수지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볼 수 있다. 대현산 배수지는 서울도시철도 5호선 신금호역 역세권이면서 주변으로 1만여 세대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다. 게이트볼·배드민턴·테니스장과 달리기 트랙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사계절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부산의 경우에는 중구 복병산 배수지가 접근성을 갖추면서도 테니스장 등 운동기구, 황톳길, 쉼터 등을 갖춰 우수 개발 사례로 꼽힌다.

고지대 배수지라면 영도 청학배수지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청학배수지는 전망대가 조성돼 부산항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일출, 야경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덱과 트랙, 운동기구도 설치돼 실제 영도 주민들도 자주 발걸음하고 있다.

박 이사는 “배수지 지상부 공간은 전망대, 문화체육공원, 실버 놀이터, 주민 쉼터, 카페, 스마트팜, 물 관련 체험·교육장 등 활용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상과 가능성이 정책으로 현실화되기 위해선 행정과 민간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논의에 물꼬를 터야 할 시점”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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