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대표의 ‘몽니’? 영화의전당 인사 논란

영화의전당, 24일 팀장급 인사
중징계 받은 인물, 돌연 팀장행
내부서 “부적절 인사발령” 반발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4-12-26 14:31:05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전경. 부산일보DB

2022년 영화의전당에서 불거진 국고보조금 유용 시도(<부산일보> 2023년 4월 4일 자 10면 보도)로 정직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은 한 인사가 최근 영화의전당 핵심 부서 팀장 직책을 맡게 됐다. 이를 두고 영화의전당 내부에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김진해 대표의 무리한 인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영화의전당에 따르면 영화의전당은 지난 24일 자로 팀장급 이상 직원에 대한 인사 발령을 진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본부장 2명을 포함해 6명에 대한 인사가 진행됐다.

이 중 눈에 띄는 건 이번 인사에서 영화예술본부 영화창의도시팀장을 맡게 된 A 씨다. A 씨는 지난해 진행된 영화의전당 자체 감사에서 국고보조금을 유용하려다 적발돼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인물이다. A 씨는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청년 교육사업 과정에서 500만 원 상당의 국고보조금을 유용하려다 적발됐다. 영화의전당은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지난해 1월 변호사를 포함한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A 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당시 팀장 직책을 맡았던 A 씨는 정직 처분 이후 다른 부서로 옮겨져 팀원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A 씨는 중징계 처분 1년여 만에 핵심 부서 팀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영화의전당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임기 만료를 앞둔 김진해 대표의 ‘보은 인사’라며 반발한다. 임기를 약 3주 앞둔 김 대표가 퇴임 직전 자신을 잘 따르던 인물인 A 씨를 무리하게 핵심 부서의 팀장급으로 격상시켰다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다. A 씨는 그동안 김 대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해외 영화제 사업’을 맡아 진행해 왔다. 영화의전당 내부적으로도 지금 시점에서 김 대표가 인사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A 씨가 팀장직을 맡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을 김 대표에게 여러 차례 전했지만 김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인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얼마 전 공금 유용으로 정직 처분까지 받은 인물이 유네스코영화창의도시 등 굵직한 사업을 주로 하는 핵심 부서인 영화창의도시팀 팀장으로 가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누가 봐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인물을 챙겨주는 인사로 여길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점에 대한 원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실상 새로운 대표가 취임하는 것이 결정된 마당에 지금 시점에서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신임 대표가 오고 나서 새 대표가 A 씨의 인사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영화의전당 고위 관계자는 “A 씨가 해외 영화제 사업을 맡으며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인 점을 김 대표가 높이 평가한 것 같다. 인사라는 게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종합적인 면을 고려한 것”이라며 “승진 자리를 포함한 남은 보직임명권한은 새 대표가 취임하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비워뒀고, 김 대표와 신임 대표가 곧 만나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얘기를 나눌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인사 발령 이후 오는 31일까지 휴가계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김 대표에게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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