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착륙 선택한 건 복합적 결함 탓일 수도 [무안 여객기 참사]

랜딩기어·플랩 둘 다 작동 안해
비상 시스템 작동 않은 건 의문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2024-12-29 18:28:25

29일 오전 9시 3분께 제주항공 7C 2216편 항공기가 랜딩 기어를 펼치지 못한 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9시 3분께 제주항공 7C 2216편 항공기가 랜딩 기어를 펼치지 못한 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는 엔진 속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이후 착륙에 필요한 바퀴가 달린 ‘랜딩 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압 장치 등에 문제가 생긴 비행기가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해 활주로 외벽에 강하게 부딪히는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조류 충돌이 일차적 원인으로 꼽히지만, 복합적 결함이 대형 참사를 일으켰을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29일 항공업계와 관련 전문가 등은 이날 오전 9시 3분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조류 충돌’ 이후 엔진과 유압 장치 등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고 분석했다. 바퀴가 달린 ‘랜딩 기어’가 나오지 않아 비행기 아랫면을 땅에 맞닿는 동체착륙을 시도했지만, 날개에 양력을 만들 ‘플랩’도 펼쳐지지 않은 여파 등으로 속도가 줄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조류 충돌 등으로 비행기가 타격을 받아 유압 장치 등에 문제가 생기면 ‘랜딩 기어’와 ‘플랩’이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활주로까지 접근하는 조종은 잘 됐으나 속도가 줄지 않아 사고가 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동체착륙을 선택한 건 기내에 연기가 유입되는 등 다른 급박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류 충돌 이후 시간이 부족했거나 기체에 복합적인 문제가 드러났을 수 있었단 의견도 나온다. 김영인 신라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엔진에 조류가 들어가면 유압 펌프가 작동되지 않아 착륙에 필요한 장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엔진이 2개이고 비상 시스템이 있는데 그런 게 작동하지 않았던 건 의문”이라고 밝혔다.

현직 조종사들도 복합적 결함이 있어 ‘최후의 수단’인 동체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직 항공사 부기장 A 씨는 “사고가 난 보잉 737 기종에는 유압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핸들을 잡고 케이블을 뽑아 올리면 중력으로 ‘랜딩 기어’를 내리는 비상 장치가 있다”며 “만약 사용을 시도했다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다른 결함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쪽 엔진에 문제가 생겨도 보조동력장치를 이용해 비상시에 쓸 최소한의 전기와 유압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러한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면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어 사고 원인을 단정 짓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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