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2024-12-30 18:24:09
“함께 여행한 18명 중에 저 혼자 살아남았어요. 왜 고통은 제 몫입니까.”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2층 로비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일가족을 잃은 유족의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공항 청사 2층 로비에서 열린 유족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50대 남성은 “저는 이번에 가족 3명을 잃은 유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인도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그는 태국에서 아내와 두 아이를 만나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의 가족은 당시 할아버지 팔순을 맞아 방콕을 찾은 일가족 9명, 전남 목포에서 온 50대 5명 등 전체 18명이 함께 여행했다. 가족들의 귀국 하루 전날, 그는 인도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마지막 날 인도로 돌아가야 해서 (지난 28일) 오후 10시 30분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고, 한국으로 오는 분들은 새벽 1시 30분 비행기를 탔다”고 전했다.
3시간의 차이는 그와 여행 동료 17명의 생사를 갈라놨다. 그가 인도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에 본 모습이 아내와 두 아이의 마지막이 됐다. 참사 소식을 듣고 곧바로 인도를 떠나 인천공항을 거쳐 30일 오전 무안공항에 도착하고서야 비통한 현실과 마주했다. 그는 “18명 중에 저 혼자 살아남았다.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따라온 6세 꼬마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슬픈 사연이 이어지면서 안타까움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참변을 당한 이들이 상당수였다.
사고 여객기에는 전남 영광군에 거주하는 80대 남성 A 씨의 일가족도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181명 탑승자 중 최연장자로, A 씨의 팔순 잔치를 위해 가족이 모두 태국 방콕 여행을 떠났다가 참극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도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위, 손자 2명 등 일가족 5명이 함께 방콕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자매인 목포시 공무원 2명도 자녀들을 데리고 여행을 데려오다 사고를 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토부는 참사 이틀째인 이날 “사망자 중 141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고 38명은 DNA 분석 및 지문 채취를 통해 신원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179명의 유해는 모두 임시 안치소에 안치됐다. 수습한 유해는 무안공항 격납고 등에 임시로 안치했으며, 유가족에게 인도할 때까지 보존을 위한 냉동 설비를 마련했다. 유해 인도는 신원 확인과 검경 등 수사기관의 검시 등 수습 절차가 마무리된 뒤 이뤄질 예정이다. 무안공항 활주로 사고 현장에서는 희생자의 유해를 추가로 수습하기 위한 수색과 유류품 수습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 당국은 블랙박스를 수거해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으나 원인 규명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수거된 블랙박스 2개 중 1개의 외관이 손상된 상태로 분석을 위해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랙박스 훼손 정도가 심하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해독에만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전남 무안=변은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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