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손잡이에는 시민과 유가족들이 남긴 제주항공 참사 추모 메모지가 빼곡히 붙여져 이른바 '추모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1일 계단 손잡이에는 분향소를 들렀다가 계단을 오르던 시민들이 남기고 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무안의 겨울을 잊지 마십시오' 등 추모 메시지와 '어머니 새해가 밝았네요. 천국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등 유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의 글도 적혀있었다.
한편, 아들로 보이는 한 유족은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라며 '계속 나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라고 글을 남긴 채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접한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슬픔과 절규로 뒤덮인 무안공항에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이날 포스트잇과 펜을 챙겨 버스를 타고 무안공항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추모의 계단'에 "편지를 남겨달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주고 있다.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고 큰 슬픔을 겪었던 이 대표는 손편지운동본부를 세우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때마다 현장을 찾아가 추모객들의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해 왔다.
이 대표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딛고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주항공 참사 현장 인근 철조망엔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제주항공 기장 조종사의 유족(형)이 쓴 것으로 보이는 손 편지가 걸렸다. 편지에는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며 "넌 이미 너무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적혀 있었다.
철조망 곳곳엔 김밥과 빵, 술, 음료 등 희생자를 위로하는 물건들이 놓여 있다.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과 부기장에 대한 애도 쪽지도 놓여있다. 쪽지에는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을 기장, 부기장님, 승무원들 정말 감사하다"라며 "모두 좋은 곳으로 가셔서 영면하시길 바란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