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인 병산서원을 훼손했다는 지적에 대해 KBS가 사과하고 해명했다.
KBS는 3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 중에 문화재를 훼손"했다며 "(병산서원에서) 기존에 나 있던 못 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가유산청·병산서원·KBS와 2차 조사를 실시한 결과 KBS 드라마 촬영팀은 지난해 12월 30일 병산서원 내 누각 만대루(晩對樓) 보머리 여섯 군데와 기숙사 동재(東齋) 기둥 한 군데 등 총 일곱 군데에 못질을 했다. 이후 KBS 드라마센터장 등이 현장에서 확인한 못 설치 위치는 만대루 기둥 보머리 8곳과 동재 보머리 2곳 등 모두 10여곳이다.
KBS 제작진은 "일부 구멍은 이미 원래부터 얕게 있던 것을 이용했다"며 "촬영팀은 한두 개 구멍 정도만 못을 더 안으로 깊숙이 박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무에 구멍이 난 못 자국은 개당 두께 2∼3㎜, 깊이 약 1∼1.5㎝로 파악됐다. 안동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해명 여하와 관계없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했다"라며 "안동시에는 상의조차 하지 않고 문화재에 등을 달려고 한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구멍은 못을 더 안으로 박기 위해서 망치질을 했다"라며 "그 자체 행위가 잘못된 것으로 그 구멍이 기존에 있었던 구멍인지 아닌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입장문에서도 KBS는 '못질' 대신에 '못을 넣었다'는 표현을 사용해 새로운 못 자국이 생긴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KBS는 "못 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한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죄했다. 하지만 KBS는 못을 사용한 위치가 안동시가 전날 현장 점검을 마친 뒤 언론에 제공해 보도된 만대루 기둥 못 자국 사진과는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또 "촬영 과정에서 제작팀은 소품을 거는 것이 가능한 위치인지 사전에 병산서원을 관리하는 별유사에게 검토받았고, 입회하에 촬영을 시작했다"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병산서원 훼손 문제는 경찰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안동경찰서에는 KBS 드라마 촬영팀을 상대로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일반 시민 명의 고발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안동시도 전문가 자문을 거쳐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S는 우선 경찰 수사와 안동시·국가유산청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복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드라마 외주제작사에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문화유산, 사적지, 유적지 등에서 촬영할 경우 문화재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새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