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결국 만리장성 못 넘었다…12월 수주도 세계 2위

중국 86%, 한국 4%, 일본 3%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2025-01-08 10:41:46

LNG 운반선 4척을 동시에 건조 중인 한화오선 거제사업장 1독 모습. 부산일보DB LNG 운반선 4척을 동시에 건조 중인 한화오선 거제사업장 1독 모습. 부산일보DB

한국 조선이 끝내 만리장성을 넘지 못한 채 2024년을 마감했다. 8월 이후 전 세계 발주량의 70% 이상을 쓸어 담은 중국에 매번 1위 자리를 내줬다.

물량에선 밀렸지만 이미 넉넉한 일감을 확보한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 선종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2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94만 CGT(86척)다.

이 중 166만 CGT(67척, 86%)를 중국이 챙겼다. 한국은 7만 CGT(3척, 4%)에 그쳤다.

CGT(표준선환산톤수)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LNG 운반선, LNG 연료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일수록 값이 크다.

12월만 놓고 보면 반등하는 듯했던 발주 시장이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11월 387만 CGT 대비 50%, 전년 동기 437만 CGT와 비교해도 56%나 줄었다.

반면 작년 한 해 누계치는 6581만 CGT(2412척)로 전년 동기 4920만 CGT(2320척)에 비해 34% 증가했다.

이를 한국과 중국이 각각 1098만 CGT(250척, 17%), 4645만 CGT(1711척, 70%) 씩 양분했다. 전년 동기 대비 한국은 9%, 중국은 58%가 증가한 수치다.

남은 일감은 넉넉하다. 12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167만 CGT 증가한 1억 5717만 CGT(5708척)다.

이중 한국이 3787만 CGT(709척, 24%), 중국이 9078만 CGT(3503척, 58%)를 차지하고 있다.

일찌감치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 빅3은 작년 하반기부터 ‘양보다 질’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면서 수익성 높은 고부가 선종을 골라 수주하는 방식이다.

선박 가격 역시 한국 조선 주력선종을 중심으로 꾸준히 상승세다. 12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189.16이다.

1년 전(178.36)에 비해 6%, 최근 5년 내 최저 선가를 기록했던 2020년 12월(125.6)과 비교하면 무려 51%나 급등했다.

게다가 한국 조선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은 척당 2억 6000만 달러, 지금 환율로 우리 돈 36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2020년 12월 1억 8600만 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3년 사이 30% 이상 올랐다.

또 다른 주력 선종인 2만 4000TEU급 대형컨테이너선과 초대형유조선 선가 역시 각각 2억 7500만 달러, 1억 2900만 달러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에 대비한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수요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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