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01-08 11:09:56
철강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A 사는 최근 수출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철강 제품의 경우 단위당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전체 생산비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늘어나는 해상운임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A 사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제반 비용이 급등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돼 어쩔 수 없이 축소 결정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12·3 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까지 겹쳐 올해도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을 펼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지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확보에 적신호가 켜진다. 납기가 미뤄지는 것을 물론 수출을 포기하는 사태도 빚어지면서 지역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주요 제조기업 275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실시한 ‘부산지역 제조업 물류비 실태 및 의견 조사’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2.4%는 매출액 대비 물류비 비중이 1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비 지출을 기준으로 한 운송 수단의 경우 부산의 육상 운송 비중(63.5%)은 전국(76.1%)보다 다소 낮은 반면 해상 운송(29.3%)은 전국(17.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해상 물류비 부담이 늘었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 역시 전체의 35.3%로, 부담이 줄었다(5.5%)는 비율을 크게 앞섰다. 특히 전체 물류비에서 해상 운송 차지 비중이 50%를 넘는 수출 기업의 경우에는 부담이 늘었다는 비중이 48.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상운임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이슈에 지역 기업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수출입 계약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해상운임 부담 구조도 지역 기업에 불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 계약의 67.1%, 수입 계약의 54.7%가 해상운임을 지역 기업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높아진 물류비로 인해 지역 기업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납기 지연과 변동(29.5%)이었다. 채산성 상실에 따른 수출 포기 또는 축소(28.0%), 원·부자재 조달 차질(21.8%) 등도 주된 애로사항으로 확인됐다.
응답 기업들의 76.7%는 해상운임 부담 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직접적인 수출 물류비 지원을 1순위로 꼽았다. 물류 창고 등 보관 지원(10.9%), 터미널 반입일 연장(5.5%), 컨테이너 확보 지원(4.4%) 등도 필요 지원 방안에 순위를 올렸다.
문제는 해상운임이 올해도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실제로 응답기업의 절반 가까이(40.9%)는 정상화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내다봤다. 대표적인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023년 대비 1000p 가량 높게 유지되는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점쳐지는 고관세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는 물론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 리스크에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지역 경제 특성상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돼 직접적인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은 “해상 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한 후 안정화되지 않고 있어 수출기업의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수출 환경이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며 “물류비 지원 등 지역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