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정치인 2세에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까지… 장제원의 16년 정치 역정

장성만 아들로 2008년 만 40세 젊은 나이에 정계 입문
탁월한 언변 ‘스피커’ 역할 두각 불구 거친 언행 호불호 갈려
윤 정부 탄생 일등공신, 당선인 비서실장 권력 정점 올랐지만
높은 주목도에 불출마, 백의종군하다 최근 논란에 16년 정치 인생 마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5-04-01 10:25:19

성폭력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은 부산 한 대학교 부총장이던 2015년 11월 비서 A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한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장 전 의원 측은 그동안 A씨가 주장하는 성폭행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 입장을 밝혀왔다. 연합뉴스 성폭력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은 부산 한 대학교 부총장이던 2015년 11월 비서 A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한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장 전 의원 측은 그동안 A씨가 주장하는 성폭행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 입장을 밝혀왔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된 고 장제원 전 의원은 2008년 40세의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 3선 국회의원과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까지 지내는 짧고 굵은 정치 역정을 걸었다. 정무적 판단에 능하고 탁월한 언변으로 당내 대표적 ‘스피커’ 역할을 하며 두각을 드러냈지만, 다소 거친 언행과 가족 문제 등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부산 지역 실세 정치인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로 태어난 장 전 의원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만 40세 나이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그는 현역 의원이던 권철현을 꺾고 공천을 받으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고,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원내부대표, 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당내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특히 상대 당 의원과의 논쟁에서 밀리는 법이 없어 ‘전투력’으로 당내 손꼽히는 의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는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지역구인 사상구에서는 ‘박근혜 키즈’로 불리던 손수조 후보가 공천을 받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맞붙었지만 낙선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장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친박(친박근혜)계가 장악한 당은 손수조 후보를 재차 공천했고, 결국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렀지만 강력한 지역 장악력을 바탕으로 재선 복귀에 성공한다.

이후 장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정조사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청문회 스타로 부상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과 언변을 보여준 장 의원은 이후 JTBC 시사예능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넓혔다.

장 전 의원은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지만, 같은 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3선 고지에 올랐다.

장 전 의원의 정치적 위상은 2021년 이후 본격적으로 부각된다. 장 전 의원은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 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을 맡으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아들의 무면허 음주운전과 경찰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후보의 강력한 신임을 바탕으로 후방 지원을 이어갔고, 2022년 3월 열린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하자, 최측근인 당선인 비서실장에 임명되며 권력 중심부로 복귀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장 전 의원은 정부는 물론 당직을 맡지 않은 채 정부와 여당 간 막후 채널로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새 정부 내 위상이 큰 탓에 2024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총선 승리를 위한 쇄신 방안으로 ‘친윤’ 핵심들의 험지 출마를 강권했고, 장 의원은 2023년 12월 부친 장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참배한 뒤 “잠시 멈추려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친윤 핵심 중 첫 불출마이자 유일한 불출마였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장관 입각설 등이 돌았지만 백의종군을 이어가던 장 전 의원은 2024년 8월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로 임명됐고, 이후 해외 대학에서 연수를 하며 내공을 쌓는 데 주력했다. 그의 행보에 대해 사실상 2026년 부산시장 출마 준비로 해석됐지만, 최근 불거진 성폭행 의혹 등으로 58년의 삶도, 16년 이어진 영욕의 정치 인생도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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