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2025-04-28 20:00:00
부산의 오래된 염원인 ‘바다 야구장’ 건립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북항 재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핵심 부지인 ‘랜드마크’ 일대가 나대지로 방치되면서, 애초 논의된 바다 야구장 건립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그동안 여러 도심 재생 계획이 논의됐지만,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과 파급 효과 등이 바다 야구장을 넘어서는 대안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BPA) 등에 따르면 북항 재개발 1단지 내 랜드마크 부지에 계획된 ‘영상문화 콤플렉스’는 부지 거래 방식조차 정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사업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시는 4조 원대 규모 자본을 유치하고 관련 계획을 내놓았지만, 5개월 가까이 답보 상태에 머문 셈이다.
부지 소유자인 BPA는 영상문화 콤플렉스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BPA는 수의계약 형태로 부지를 매매해 달라는 부산시의 요청을 법률적 문제를 내세워 거절했으며, 별도의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활성화와 투자유치 방안’ 용역도 진행 중이다. 앞서 두 차례 랜드마크 민간사업자 공모가 유찰된 데 이어, 부산시의 계획도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랜드마크 개발 사업의 공회전은 바다 야구장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효과로 이어졌다. 3400억 원 상당의 사직구장 재건축안이 국비 확보 차질 등으로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것도 바다 야구장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항 랜드마크 부지는 바다 야구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이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명품 경기장이 가능하고, 부산역이 가까워 원정 경기 관람객은 물론 전국의 스포츠팬들을 불러 모으는 ‘야구 성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해양 수도이자 야구 도시인 부산에서 바다 야구장이 가지는 상징성과 경쟁력도 명확하다.
다만 자금 조달 문제와 복잡한 사업화 과정 등이 걸림돌로 지적됐지만, 랜드마크 사업화가 장기간 공회전하면서 다른 대안들도 비슷한 문제에 노출됐다는 게 입증됐다. 오히려 바다 야구장은 주목도가 높아 사업 추진 과정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대형 공연장 겸용 설계를 도입하는 등 야구장의 수익성을 높여 민간의 투자를 유치한 해외 사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 국면도 바다 야구장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차기 정부 출범에 앞서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이 도시 재생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중부산 활성화에 있어 바다 야구장만큼 유동 인구 증가 효과가 확실한 카드가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 일본 지바현 ‘조조 마린 스타디움’ 등에서 바다 야구장의 도심 재생과 도시 브랜드 가치 향상 등의 효과는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야구팬들은 물론 스포츠 업계에서도 바다 야구장에 적극적이다. 바다 배경의 독특한 구장 분위기는 경기 흥미도를 높이고, 바다 야구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국 야구팬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플래시 히트(홈런이 담장 넘어 바다에 떨어지는 것)’가 영원히 불가능하냐”는 것이 응원 팀과 상관없이 국내 야구팬들의 오래된 하소연이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북항 야구장 건립은 북항 개발 전체에 활기를 넣어줄 모멘텀이 될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야구 부흥과 도심 재생 모두에 극적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어, 북항 개발 용역에 야구장 방안을 포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