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05-17 15:00:00
출발은 주민 모임이었다. 부산 기장군에 거주 중인 주민들이 지역을 알리고자 자발적으로 모이면서 비로소 시작됐다. 하지만 단순한 친목 모임에 그치고 싶지는 않았다.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건강에 초점이 맞춰졌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맨발걷기’를 테마로 삼았다. 모임의 덩치가 커지면서 강좌도 마련하고 맨발걷기가 활발한 타지역 견학에도 나섰다. ‘오직 당신만의 특별한 모임’이라는 뜻을 담은 맨발걷기 모임 ‘온리유’ 얘기다.
□“비로소 정답을 찾은 느낌”
온리유는 지난해 4월 지역민 4명을 중심으로 조직됐다. 지역에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꾸려졌던 모임은 건강에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했다. 모임 원년 멤버인 문희연(57) 씨는 “일광신도시로 거주지를 옮긴 뒤 지역과 소통할 방법을 찾다가 기장 토박이분들과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며 “맨발걷기를 중심으로 모임이 구체화되면서 관심 있는 지역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 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더불어 건강해지면서 지역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지역 공동체’. 모임의 지향점이 생기니 동참하는 지역민들이 늘었다. 4명에서 출발한 회원 수는 현재 30명에 육박한다. 맨발걷기 경험이 많은 노은희(58) 씨가 자연스럽게 리더를 맡았다. 운동하는 데 돈이 별도로 들지 않는 데다가 걸으면서 지역을 돌아볼 시간이 생기니 반응이 좋았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낯선 관계였지만 맨발걷기를 통해 보다 가까워질 수 있었다. 노 회장은 “가족 얘기나 일상사, 관심 분야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며 “네트워크가 빨리 형성되고 지역 정보가 공유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밝혔다.
국립부산과학관 해설사 등으로 활동해 온 정유선(65) 씨는 봉사하면서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해설사로 함께 활동하던 문 씨의 추천으로 지난해 9월 합류했다. “면접에서 떨어질까봐 걱정했다”는 정 씨는 “비로소 정답을 찾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부산은 최근 수년간 ‘노인과 바다’라는 오명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노인과 건강’이란 긍정적인 별칭이 붙을지도 모른다”고 웃음지었다.
□원인모를 통증에서도 해방
맨발걷기에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맨발걷기를 잘하는 단체나 모임을 직접 찾아 배우기로 했다. 지난해 9월 포항 방문은 모임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포항 견학 이후로 맨발걷기가 실생활로 확장됐다. 이후 세븐 비치 어싱 챌린지에 도전해 수많은 참가자들과 다대포·송정·임랑해수욕장을 걸으면서 더불어 걷기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경주, 김해 등을 찾아 맨발걷기에 도전했던 이들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한 곳은 지난달 13일 찾았던 대구 용지초등학교였다. 노 회장이 블로그를 보고 대구 용지초등학교 김은정 교장에게 메시지를 남기면서 만남이 전격 이뤄졌다. 이들은 함께 마사토길을 걸으면서 맨발걷기가 학생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도구임을 재확인했다.
“맨발걷기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대표적인 셀프케어”라는 이들은 맨발걷기 이후 잠을 잘 자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갱년기 이후 겪었던 불면증이 사라지면서 수면의 질이 높아졌다. 아토피, 통증, 우울증에서 해방되기도 했다. 1년 넘게 자고 일어나면 오른쪽 발뒷꿈치가 아팠다는 심정일(58) 씨가 대표적이다. 심 씨는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한 데다 매일 걷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맨발걷기에 도전했다”며 “맨발걷기 이후 원인 모를 만성통증에서 비로소 벗어났다”고 밝혔다.
걷기, 등산, 요가 등을 즐겨왔던 진경희(55) 씨는 맨발걷기 이후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은 것이 큰 수확이라고 했다. “건강에 진심이고 걷기에 진심”이라는 진 씨는 “맨발걷기를 매일 했는데 3개월이 지나면서 몸의 변화가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맨발로 걷다보니 파상풍 위험이 있어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다양한 운동을 경험한 건강전도사로서 맨발걷기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맨발걷기로 지역과 적극 소통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이들은 ‘맨발걷기 전도사’를 자처하며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지난 3월엔 기장군민을 대상으로 한 오픈 강좌를 개설해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오픈 강좌엔 동서대 시니어운동처방학과 안하나 교수를 초청해 전문성을 더했다. 오픈 강좌 참여를 계기로 모임에 합류한 이미경(59) 씨는 지인들에게도 참여를 권유할 만큼 열성 멤버가 됐다. 이 씨는 “기장군에도 맨발걷기 길이 조성됐는데, 맨발로 걸으면서 다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내 맨발걷기 좋은 길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기장 토박이인 정경순(55) 씨는 어린이야간보육교사로 활동하면서 주말 모임과 견학에 참여 중인 열성파다. 정 씨는 “언제 어디서든 걸을 수 있도록 맨발걷기 길이 동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며 “지역 곳곳에 마련된 생태공원에 황톳길, 마사토길과 같은 맨발걷기 길을 추가로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혼자 걷기 어려운 홀로노인, 아동 등 지역 소외계층과 함께 걷는 기회를 만들고 싶은 이들은 하반기 맨발 걷기 지도 제작에도 나설 예정이다. 기장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조정민(26) 씨는 “지금껏 방문했던 맨발걷기 장소를 통해 맨발걷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여러 제안을 준비해 군청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7월 5일 ‘온리유 맨발걷기 대회’ 개최도 준비 중이다. 맨발걷기를 알리는 동시에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즐겨보자는 취지에서다. 노 회장은 “나뿐만 아니라 더불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맨발걷기를 통해 지역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