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5-05-15 20:00:00
가덕신공항 공사 기간 재검토에 들어간 정부가 적기 개항 약속을 뒤집고 건설사의 공기 연장안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면 불과 2년 전 스스로 검증하고 수립한 기본계획을 부정하게 돼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당시 7개 컨소시엄이 참여하고 자체 전문가 검토를 거친 기본계획에서 공사 기간을 도출해 고시했다.
15일 국토교통부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3일부터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서 공단과 함께 매일 회의를 열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중단 이후 가덕신공항 공사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토부와 공단은 정부의 가덕신공항 기본계획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본설계를 토대로 현대건설이 정부 기본계획과 입찰 공고에서 제시한 84개월(7년)보다 2년 많은 108개월(9년)로 제출한 공사 기간의 타당성을 살피고 있다. 현대건설은 안전을 위해서는 연약지반을 안정하고 매립 공사 순서를 조정하는 데 24개월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정부는 당분간 회의를 계속해 적정 공기를 도출하고 이를 반영해 향후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재입찰 조건과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공식 용역을 통해 공사 기간을 도출해 국민 앞에 약속해 놓고는 국가계약법을 무시한 건설사의 연장안에 떠밀린다면 국책사업이나 국가계약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앞서 정부는 2023년 12월 고시한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에서 공사 기간 7년과 개항 목표 2029년 12월을 명시했다. 2022년 8월부터 1년간 158억 원을 투입해 (주)유신 등 7개사 컨소시엄이 수행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내놓은 결론이다. 국토부는 당시 용역 착수와 동시에 7개 분과 총 6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자문회의를 별도로 구성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공사 기간 등을 검토했다.
2029년 12월 개항은 당시에도 도전적인 목표였다. 건설사의 창의적인 제안이 중요했기 때문에 국토부는 용역 수립 과정에서 2023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건설사를 대상으로 다섯 차례 설명회를 열고 수심과 연약지반 등 육해상 지반조사와 측량 결과, 주요 공사 종목 등을 공유했다. 용역 결과 활주로 부등침하는 30년 기준 34.28cm로 공항 운영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국토부는 2023년 3월 첫 설명회에서 2010년 확장 개항한 도쿄 하네다공항 D활주로 사례를 들며 공사 기간을 단축해도 개항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국토교통성은 해상을 매립해 2500m 길이 D활주로를 건설하는 공기를 3년 5개월로 명시했고, 15개 사 컨소시엄이 목표대로 준공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충분한 기술적 검토를 통해서 도출한 공기가 있는데, 수의계약에 참여하기로 한 건설사가 비슷한 데이터로 무려 30% 이상 더 필요하다고 내놓은 공사 기간을 무조건 받아들인다면 정부가 스스로 세운 계획을 부정하는 셈”이라며 “동일한 공사 기간으로 입찰 재공고를 하는 것이 조속한 착공과 적기 개항을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일정과 관련해 “예측 가능하고 제대로 가기 위해 놓친 것은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