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5-05-15 20:00:00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가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절차 중단으로 멈춰선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재입찰을 할 때 단일 공구가 아닌 분할 공구로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서 향후 진행 방향을 논의하는 국토부 자문회의에서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공구를 분할해 공사를 나누기가 여의치 않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2~3개 정도의 공구로 나누면 건설사 리스크 줄어 많은 곳에서 사업 참여 의사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15일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는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재입찰 방식을 논의하게 되는데, 재입찰 관건은 다수 건설사가 공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공구를 분할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구를 분할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지하철 1호선 공사를 할 때 한 개의 컨소시엄에 모두 공사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구간을 2개 이상으로 나눠 분할 발주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는 공구 분할이 쉽지 않다. 국토부도 지난해 “부지 조성 공사는 토석 채취→ 연약지반 처리→ 방파제 설치→ 해상 매립→ 육상 매립→ 활주로 설치 등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해 단일공구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단일 공구로 하다 보니 공사비가 10조 50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공사가 돼 건설사 참여가 적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건설사 오너의 경우, 통 크게 결단할 수 있지만 지금 건설사들이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경영인은 조심 경영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즉 초대형 공사이고 바다 매립이라는 난공사여서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실제 지난해 입찰 때 현대건설 외 다른 대형사들도 컨소시엄 꾸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결국은 입찰을 포기했다.
이번 자문회의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분할 공구 발주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어떻게 공구를 나누고, 몇 개의 공구로 나누며, 유기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것이다. 공사 기간은 어떻게 될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공구 분할 발주의 이점은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나눌 수 있다.
반면 공구를 나누면 공구 간 면밀한 소통이 안될 경우, 전체 공사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토목학회 한 관계자는 “도로나 철도처럼 선형 공사가 아니라 매립과 같은 면형 공사를 공구를 분할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40년간 근무한 부산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면형 공사라도 공구는 충분히 분할이 가능하다. 다만 유기적인 공사가 되도록 관리 감독 인원이 1.5배 더 필요하고 공기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국토부가 단일 공구로 발주한 것도 공사 기간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덕신공항 부지 조정 공사 재입찰의 경우, 관건은 많은 건설사들이 참여하느냐에 있다. 공구를 두세 개로 나누고 컨소시엄 참여 조건을 완화하면 경쟁입찰이 유도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국토부는 3번째 입찰에서 입찰 조건을 바꿔 도급순위 상위 10대 건설사 참여 제한을 2개사 내에서 3개사 내로 완화했다. 즉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10위 건설사 3개까지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재입찰 때도 컨소시엄 구성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토목학회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경우, 전국 곳곳에 공사 현장이 있어 가덕신공항 공사가 시작되더라도 현장에 불러모으는 엔지니어들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보다 많은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돼야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