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5-05-13 13:25:26
SK텔레콤의 해킹 사태에 따른 손실 규모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은 국회 청문회에서 많게는 7조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손실이 수천억 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피하기 위해 손실을 과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청문회에서 해킹 사고로 인한 회사의 손실이 향후 3년간 7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 대표는 “해킹 사태 이후 약 25만 명 정도가 이탈했고 곧 지금의 10배 이상인 250만 명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 달 기준 최대 500만 명까지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위약금과 매출까지 고려하면 3년간 7조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서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 SK텔레콤은 그러나 투자자를 향해선 손실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2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해킹 사고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묻는 질문에 “향후 번호이동 추이와 신규모집 재개 시점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증권가에선 SK텔레콤의 손실이 2000억 원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신증권은 13일 보고서에서 “유심 사태로 인한 (SK텔레콤의) 2025년 이익 감소 영향은 약 2000억 원대”라며 “신규 모집 중단을 6월 말까지로 가정, 약 100만 명 (가입자) 이탈을 가정했을 경우 매출 감소 2100억 원, 모집 중단에 따른 비용 감소 500억 원, 유심 교체 비용 400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회계상 피해는 유심 관련 비용, 과징금 부과 가능성, 신규 가입자 유치 중단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 정도가 될 것”이라며 “총 영업손실이 7000억 원이 넘어야 배당 감소가 현실화 될 전망인데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정치권의 위약금 면제 압박을 피하기 위해 손실 규모를 과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실제로 위약금 면제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손실 규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를 빨리 해소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 김희섭 PR센터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유심보호서비스를 고도화했고 유심 공급도 앞당겨 진행 중이다. 이런 부분들을 잘 설명하면 신규 영업 재개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대한 대리점이나 고객 불편을 없애거나 앞당기기 위해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13일 0시를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유심 교체 대기 인원은 714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하루 동안 12만 명이 실물 유심을 교체했고 이날 2만 3000여 명이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받았다. SK텔레콤 측은 “유심보호서비스 로밍 서비스 확대 적용에 따라 공항에 배치됐던 유심 교체 인력을 (각 대리점) 현장에 배치해 유심 교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 해제를 대비해 최신 휴대전화 단말기도 평소 대로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13일 공개돼 사전판매에 들어간 ‘삼성 갤럭시 S25 엣지’에 대해 “물량은 보통 때 공급받는 수준으로 받았다”면서 “신규 가입 정지 기간이어서 기기변경 가입자에 대해서만 예약을 받고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기변경 고객의 유심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기변경을 하면서 유심을 교체하는 부분은 과거 유심이 굉장히 부족할 때 같으면 예약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정이 아니다”라며 “기기변경을 하면서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분들은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며 유심 교체와 병행 방침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