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2025-06-30 09:00:00
부산에서 펼쳐지는 여성 공연예술과 교류의 장인 ‘제5회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가 6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GWPAF)는 2020년 ‘말하고 움직이고, 세상을 바꾸다’라는 슬로건으로, 국내외 초청작 공연과 기획프로그램으로 프레(pre) 행사를 시작한 이후 올해 5회째를 맞았다. ‘연대와 확장’을 주제로 부산 곳곳에서 펼쳐진 제5회 GWPAF는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개막작, 특별초청작, 폐막작 등 여성의 시선과 서사로 무대를 채운 3편의 공연과 한 차례의 콘퍼런스가 열렸다.
개막작 ‘더 스트롱거’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부산 북구 창조문화활력센터 소극장624 무대에 올랐다. 부산을 기반으로 실험적 무대를 선보여 온 극적공동체 고도가 제작한 ‘더 스트롱거’는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단막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카페에 마주 앉은 두 여성을 통해 전통적인 여성상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지난 27~28일 양일간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 펼쳐진 특별초청작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는 202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된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관객과 출연진이 함께 춤추고 어울리며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바비레따’는 찬란한 계절을 뜻하는 러시아어로, 더 깊고 아름다워지는 중년 여성의 삶을 상징한다. (재)부산문화재단과의 협력으로 마련된 공연이다.
폐막 무대에 오른 ‘리커버리: 어둠 속의 동행자들’은 남극의 재활센터를 배경으로 현대사회의 구조적 통제와 개인의 정체성과 존엄성에 대해 질문하는 디스토피아 심리극이다. 캐나다 극작가 그렉 맥아더의 희곡을 캐나다 연출가 스테이시 크리스토둘루(디 아더 씨어터)가 극단 배관공 배우들을 포함한 부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무대에 올렸다. 지난 28~29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선보였다.
크리스토둘루 연출가는 이번 폐막작 무대를 위해 부산에서 두 달 가까이 머물렀다. 그는 함께 작업한 부산 배우와 스태프에 대해 “노력과 헌신, 재능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이어 “언어가 달라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엔 큰 어려움이 없다”며 “국가 간 협업이 잘 이뤄지기 위해선 우선 작품 번역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맥아더는 극작가는 지난 28일 공연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점점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개구리가 위험을 모른 채 서서히 죽어가듯이, 우리 세계에서도 조금씩 강화되는 억압적 시스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연대와 협력: 함께, 더 멀리 가기 위한 방법들’을 주제로 지난 25일 열린 콘퍼런스에서는 공공성과 젠더 감수성을 반영한 공연예술의 사례와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서자경, 이지영, 변영미, 주혜자, 변현주 등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연극인들이 함께했다.
이지숙(극단 배관공 프로듀서) GWPAF 총감독은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는 단지 여성을 위한 작품을 공연하는 행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자들이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는 면에서도 축제의 의미가 크다”며 “그런 차원에서 내년에는 더 많은 예술가와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공유하는 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의전당이 공동 주최한 제5회 GWPAF는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2024~2025)를 기념해 주한캐나다대사관과 캐나다예술위원회가 후원했다.